수원화성은 대문이 4개다. 정문은 북쪽에 있는 장안문이다.

장안은 수도라는 뜻과 백성이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것을 복원했다.

남쪽에 있는 문은 팔달문이다. 사통팔달의 팔달(八達)이다. 축성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보물 제402호다.

서쪽문인 화서문도 보물 제403호다. 또 창룡문은 동쪽 문으로 풍수지리상 좌청룡에 해당한다(나의 왼쪽은 상대방이 바라볼 때 오른쪽인 이치다).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은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다. 송나라 시인 정명도의 운담풍경오찬(구름 끼어 맑은 바람 부는 한낮), 방화류과전천(꽃을 찾아 버드나무 따라 앞 내를 건넜네)에서 따온 이름으로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뜻이다. 전시에는 적군 감시, 평시에는 휴식공간으로 쓰였다.

특히 정약용은 기존 성곽과 다른 새로운 시설물을 발명했는데, 그 중 하나가 치(雉)다. 제 몸을 숨기고 밖을 엿보는 꿩을 본떠 만든 것으로 성벽을 바깥으로 돌출시켜 적병을 좌우에서 공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옹성이다. 성문 앞에 항아리 모양으로 설치돼 있어 안으로 들어올수 있는 적이 제한된다. 더불어 측면과 후면에서도 공격할 수 있고, 통나무를 들고 달려와 성문을 부술 수도 없기 때문에 획기적인 성문 방어 시책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이었다. 원형이 아니라 파괴된 것을 복원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화성성역의궤'가 이를 뒤집었다.

공사일정, 시설물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는 그림 등 공사에 대한 모든 것이 기록돼 있어 복원이 완벽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에겐 기억도 중요하고 망각도 소중하다. 니체는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을 낸드 플래시에 두 가지만 담으라면 난 무엇을 선택할까.
건강했던 부모님의 미소, 가족과 함께 했던 세부의 햇살이다.

/김진효 경기도 문화유산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