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양 6대주를 한 눈에 … 도서관으로 여행가자
▲ 박수 작가 강연 모습.
▲ 김광성 관장

가이드북·역사·문학·종교 등 나라별 서적들 4000여권 구비
20일까지 수요일마다 강연도


누구나 꼭 한 번쯤은 세계 일주를 하겠다는 소망을 품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매일과 쉼 없는 노동, 그나마 휴식이 허용되는 주말은 '집순이'로 시간을 보내는 우리네 마음속엔 늘 '여행'이 버킷리스트 1순위를 지키고 있다. 막상 여행을 가려 마음먹지만 당장 무엇부터 어떻게 정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국내든 해외든 장소는 정했지만 어느 곳을 둘러볼 지, 음식은 뭘 먹을지, 숙박은 어디서 할 지, 교통편은 무얼 이용해야할 지…. 떠나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준비하는 내내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 멍해지는 여행 초보자들의 고민을 싹 해결해 줄 든든한 여행파트너가 있다. 5대양 6대주 전 세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는 여행 인문학 도서관, '길 위의 꿈'이 바로 그곳이다. 여행은 발로 하는 독서라고 했던가.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여행 관련 책을 한 눈에 보고픈 이들 누구든 환영하는 '길 위의 꿈'으로 여행가보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여행하자'라는 목표로 여행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끄러운 도서관, 길 위의 꿈.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느 도서관처럼 사방의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이 인사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쿠바, 티베트, 캄보디아, 오스트레일리아, 그리스, 아르메니아…. 36개국으로 분류된 책장엔 나라별 서적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아메리카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 대륙별로 나열해둔 덕분에 세계 지도를 펼쳐놓은 셈이다. 단순 가이드북뿐만 아니라 해당 나라의 역사, 철학, 문학, 신화, 종교 등 한 나라를 가더라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책 4000여권이 구비돼 있다.

길 위의 꿈은 책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길 위에서 여행을 기록하는 여행 인문학 도서관으로 지난 2014년 지어졌다. 각 나라의 여행정보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배울 수 있는 알찬 공간이다.


좁지만 알차고 아기자기한 이곳은 복층구조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여행 책이 있고, 동화책과 그림책, 역사책 수십여권이 꽂혀있어 독서하기에 좋다.

'시끄러운 도서관'답게 이곳에선 독서모임과 여행모임, 영어모임 등 다양한 관심사로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고, '길 위에서의 인도평화기행', '걸어가는 독서여행' 등의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해 많은 청소년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8일부터 오는 12월2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9시엔 인천문화재단과 공동 기획한 '의, 식, 주 그리고 이젠 여행으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예술가와 사진작가, 여행 작가, 여행 프로그램 PD 등을 초청해 흥미로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www.travelibrary.org), 남구 구월로 17 할렐루야 빌딩 1층, 070-7863-3784


'1205일, 길바닥 여행' 박수 작가 강연

지난 6일 오후 6시, 강연이 시작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시민들이 속속히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10대 소년부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강연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책 <1205일, 길바닥 여행>의 박수 작가가 '여행으로 삶을 창작하기'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만나는 날이다. 박수 작가는 36개국 563일 나 홀로 여행을 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함께 50개국을 돌며 642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박 작가는 여행 동안 찍은 사진으로 강연을 열었다. 인도에서 만난 이스라엘 화가에게 그림을 배우며 '창작'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그는 "여행에서 느꼈던 가치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인사했다.

"기존의 것을 통째로 흔들어버리는 행위를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질문을 던지자 순간 정적이 흐른다. 20대 청년도 50대 중년도 정면만 응시할 뿐이다. 박 작가는 1205일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낯섦과 불확실성은 과감함을, 나와 무언가를 분리하고 거리를 두면 오히려 자기치유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또 여행하면 떠오르는 '자유'는 결국 선택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므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박 작가는 "인생이 한 권의 스케치북이라면, 여러분은 망쳐도 되는 도화지를 몇 장이나 가지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어 "여행하기 전엔 한 페이지 모두가 중요했는데 이제는 무한히 자유로운 사람이 돼 망친 것도 잘 그린 그림도 모두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인생은 결국 모험이고 예술"이라며 강연을 끝맺었다.

지난 달 첫 강연부터 매주 참석해 강연을 듣고있다는 김남영(47)씨는 "매주 강연 주제가 흥미로워서 약속이 있으면 미뤄서라도 참여했다"며 "여행 방법과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길 위에 꿈에선 오는 13일 신영담 대표의 '뜻밖의 열하기행', 20일 오성민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PD의 '여행전문 오PD가 들려주는 두근두근 세계여행기' 강연으로 올해 인문학 강의는 끝맺는다.


[인터뷰 / 김광성 관장] "인문학적으로 여행에 접근해보고자 시작"

여행인문학 도서관이 시작될 수 있었던 건 김광성(48) 관장이 2000년부터 비영리단체 '소리공동체'에서 활동한 덕분이다. 자원봉사와 종교·철학 아카데미 등을 진행하다 보니 '여행'이라는 교집합이 생겨, '길 위의 꿈'을 짓게 됐다. 김 관장은 "내가 하는 활동도 모두 만남이면서 연결이고, 여행도 길 위에서의 만남이기에 인문학적으로 여행에 접근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여행사 '소풍투어'와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며 관리하고 있다. '여행사를 위한 마케팅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도 있지만, 자립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단체로 성장하고픈 마음에서다. 단순 관광이 아닌 인문학을 접목한 여행을 소개하고, 여행자들은 도서관에서 정보를 얻는다. 여행을 다녀온 뒤 자신들이 읽었던 책을 기증하기도 하며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 각국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행 대안학교를 짓는 것. 일찍이 베트남과 스리랑카,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등에 도서관 지원 사업은 물론, 인도에는 실제로 센터와 도서관을 지어 교류중인 김 관장. 대륙별로 센터를 만들어 학생들에겐 교육의 장으로, 여행자들에겐 베이스캠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 조심스러운 첫 걸음은 내년 4월 '청소년인문학여행학교'라는 명칭으로 1년 과정으로 시범 개강해 국내·외를 여행하며 공부할 계획이다. 그는 "여행이야 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며 "나이에 구애 없이 역사와 철학, 문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여행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즐거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