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교 전 인천수협 조합장
천둥의 본디말은 천동(天動)이다. 하늘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우렛소리'다. 예전에는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 틀림없이 소낙비가 내렸다. 천둥이 치면 들에 나가 일하던 농부들은 부리나케 집을 찾았고, 행인들은 남의 집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마철이면 홍수가 나서 강과 하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인명·농토·가옥 등에 많은 피해를 입히기 일쑤여서 큰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의 기상변화로 장마철에도 비가 적게 내려 이것이 또 새로운 걱정거리로 됐다. 과거에는 비가 오고 안 오는 근심이 오로지 농민들의 몫이었는데, 지금은 전 국민 남녀노소가 가뭄을 걱정한다. 우주를 정복하는 과학의 힘이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지만 비를 내리게 하는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영원히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다.

자업자득.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환경 훼손은 지구의 온난화를 초래했다. 어쩌면 핵전쟁보다 더 끔찍한 일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며, 이로 인해 우리 후손들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한 형편이다.
인간은 병이 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생명을 연장시키지만 물이 부족해 생기는 천재지변은 현재 과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말기 암보다 더 무서운 하늘의 저주이며 벌이다. 천둥소리는 비가 내린다는 예고이며 서막이다. 그러나 천둥소리가 나도 비가 오지 않는다.

세상도, 우리 주변도 변해가고 있다. '황금만능의 시대'에 돈만 있으면 과외나 일류학원 공부를 시켜 좋은 학교를 졸업시키고 좋은 직장, 명예, 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다.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천둥소리가 나도, 벼락이 내려도 재물에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엄연한 철칙을 무시한 채 비가 오지 않는 천둥소리를 들으면서도 무관심 속에 살고 있다.

우리 자식들에게 삼강오륜을 가르치는 교육은 사라지고 아이들 손마다 휴대폰이 쥐어져 있다. 집에서나 걸으면서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어른을 만나도 인사할 줄 모르고 오로지 휴대폰만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행복한 내일이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보고 싶다.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참교육, 착한 사람과 부지런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일까? 천둥이 쳐도 비가 내리지 않아 우리를 실망시켜도 다시 치는 천둥소리 뒤에는 꼭 비가 내린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