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변화의 시대에 걸맞지 않은 모임이 있다. 모든 일을 유리알 보듯 투명하게 처리하는 요즘, 꽤나 '비밀스러운 조직'이 움직인다. 바로 인화회(仁和會)를 일컫는 말이다. 인천시민들은 대부분 그런 모임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우선 '인천의 화합·평화'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모인 그 조직에선 '인천을 위해 어떤 일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대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임에선 회원들이 자기 지역 현안이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한 후 대내외에 밝히는 게 상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인화회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이러니 일각에선 쓸데없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모임을 유지할 바엔 해체하라고 혹평을 한다.

인화회 탄생 배경을 들여다 보자. 인화회는 1966년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정권에서 시작됐다. 무려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私)모임인 셈이다. 그 시절에는 강압적인 권력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인화회 가입 자체가 자의든 타의든 강제성을 띠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런 시대가 결코 아니다. 민주적인 정권이 여러 차례 세워지고, 평범한 사람도 제도·정책·체제 등을 놓고 평가를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유독 인화회는 끼리끼리 화합을 다지고 은밀하게 움직인다. 사적인 모임이야 그렇게 한들 무슨 상관일까 싶다. 문제는 인화회가 공적(公的)이라는 데 있다. 모임 관리를 인천시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화회에 대한 온갖 잡무를 맡는다. 공무원은 법과 조례에 따라 일해야 하지만, 그 어디에도 공무원이 인화회를 챙기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시민 혈세가 줄줄 새는 꼴이다. 아무리 인화회 수장이 인천시장이라고 해도, 모임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일은 가당치도 않다.

인화회는 회원 수 220명에 달하는 인천 최대의 '사회지도층' 모임이다. 이중 기업인이 102명(46.4%)으로 가장 많다. 기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밖에 공공기관장, 단체장·협회장, 교육인, 언론사 대표 등이 속해 있다. 가입 장벽은 꽤 높다고 한다. 기업인 회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칫 기업인과 공공기관장 사이에 부적절한 청탁이 오갈 수 있는 구조이지 않은가. 과거에는 인맥을 쌓아 사업에 도움을 받으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화회가 환골탈태하는 마음을 갖고 '순수한 모임'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