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지사회장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에서 먼 인천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예고 없이 발생한 재난으로 평화롭기만 했던 일상이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시민이 밖으로 뛰쳐나왔고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건물 밖은 더욱 처참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크고 작은 균열이 생겼고 무너졌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일어난 재난에 시민들은 갈 곳을 모른 채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왔고 계속되는 여진은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재난(災難)은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인 사고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말한다. 재난 가운데 자연현상과 관련된 천재지변을 재해(災害) 또는 재앙(災殃)이라 부른다. 갑자기 일어나기에 전에 충분한 예방과 신속한 현장 대응·대처가 없다면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기상청의 국내지진 통계를 보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역대 강진 10건 중 6건이 2014년 이후 발생했다. 한반도의 강진 발생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규모 7.0 이상 초대형 지진의 '전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점차 대형재난에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재난관리책임·긴급구조지원 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재난발생 시 우리는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신속하게 재해를 입은 이재민과 일시대피자에게 구호활동을 전개한다. 이재민의 고통을 경감하고 생명을 보호하고 생활안전을 도모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하기 전 대비를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난 예방교육 보급과 안전문화(캠페인, 안내자료 배포 등) 확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도 마찬가지로 재난 발생 시점부터 신속하게 포항시민들의 안정을 위해 구호물품 지원과 이재민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심리적 지지활동을 계속 벌인다.

지난 경주 지진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지자체는 지진대비 안전대책 마련과 시민대상 안전교육, 안전불감증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사업을 펼쳤다. 지진대비 재난대응 훈련부터 재난이 발생하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에 대한 안전교육은 유치원부터 체험학습을 통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등 재난 대비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번 재난을 겪으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지켜야 할 성인들이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현재 시스템상 재난대피 요령 등은 스스로 알아놓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어떤 상황인지 저마다 핸드폰을 들었지만 통신망이 불통되면서 거리에 나와 배회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민들이 당장은 모면했지만 혹여나 더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분명히 인재(人災)가 될 수 있다.

지난 11월10일 대한적십자사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재난대비 역량 강화를 위해 인천 송도에 '아시아태평양재난복원력센터(APDRC) 운영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적십자사의 재난대비 역량강화가 여기 인천에서 만들어진다. 이제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제15대 적십자 인천지사 회장으로 취임한 후 인천사회 발전을 위해 여러분과 소통하며 재난구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