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 어떻게 채울까고민에 밤잠도 설쳐요"
▲ 인천문화재단 최진용 대표이사는 취임 2년째를 맞는 내년에는 인천의 문화정체성을 찾는 일에 역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문화공보부 첫 근무를 시작으로
관련 업무만 40년 지낸 베테랑

과거 예술가만 살피던 지원 사업
이제는 시민 참여 활동으로 바꿔
신도시·원도심 함께 활기 찾아야

뮤지엄파크 등 하드웨어 준비에
소프트웨어인 콘텐츠 개발 박차
문화정체성 확립한 도시 만들 것



"겨울이 시작할 때 취임해서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두번째 겨울을 맞게 됐네요. 제가 태어나고 젊은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돌아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낸 1년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해 12월7일 인천문화재단 제5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진용 대표가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인천 문화의 정체성을 찾아 문화발전의 기틀을 다지는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최 대표를 인천문화재단 집무실에서 만나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들어봤다.


최진용 대표이사는 취임 후 1년 가까이 주말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 공연이나 전시 현장을 보러 다니는 건 물론 찾아오는 예술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아트플랫폼 때문에 서울서 10명이 넘는 작가들이 내려와서 그분들을 대접하느라고 금토일을 새벽 2시까지 술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모처럼 인천까지 왔는데 그냥 밥만 먹고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요."

문화재단은 모든 일이 몰려있는 백화점 같은 곳이라고 말하는 최 대표는 "문공부라 불리던 문화공보부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이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40년동안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했기 때문에 취임해서 일을 할 때도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없이 바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인천의 문화정책의 기본은 '송도신도시는 문화로 품격을 높이고 원도심은 문화로 활기를 되찾는 그런 정책'이라고 강조하지만 특히 원도심에 문화를 느끼게 하는 게 '문화 잠재력'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원도심과 같은 문화 소외지역을 문화로 활력을 되찾아 주는 일과 인천의 많은 섬 지역에 문화의 옷을 입혀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국 리버풀도 중공업이 쇠퇴하면서 낙후됐던 도시를 문화로 치유해서 도시의 활기를 되찾았거든요."

그는 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이지만 무작정 지원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70~80년대에는 예술가들을 도와주고 예술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문화 활동이 중요시 되고 있어요. 문화 선진국의 모든 나라, 모든 도시들이 그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시민이 문화를 즐기고, 시민이 문화에 참여하고, 시민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우선시 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문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예를 들어 내년에 중앙정부에서 위탁받는 문화누리카드 사업 예산이 70억원이에요.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없는 저소득층이 책을 사거나 극장을 가거나 스포츠를 관람하거나 할 수 있도록 개인당 6만원씩의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하는 거지요. 그렇다고 예술인들의 지원을 소홀히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인천문화재단은 최 대표의 정책 방향에 맞춰 올해 동네방네 아지트, 우리미술관 개관, 만국시장 개최 등 300만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소통하는 공간 발굴과 행사를 다양하게 펼쳤다.

"지난 주말에 공연한 '시민이 만드는 뮤지컬'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뮤지컬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3~4개월 연습해서 무대에 올렸는데 공연자들이나 관객들이 서로 감동하는 것을 보고 내년에는 이런 행사를 더욱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미술관 개관도 의미있는 일이었어요. 개관 전만 해도 주민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지만 우리미술관 개관 후에 서로 모여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래서 문화가 소통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됐지요."

최 대표는 올해 문화재단이 한 사업 가운데 '섬마을 밴드'를 가장 알찬 성과를 올린 일이라고 꼽았다. '섬마을 밴드'는 강화도, 대이작도, 영흥도 등에 원래 있던 음악동호회에 지난 6월부터 전문 강사를 파견, 3개월 정도 연습한 뒤 8월에 대이작도 계남분교에 모여 주민들과 함께 음악축제를 가진 행사다.

"섬 주민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진정한 마을 축제였어요. 섬 마을은 고립된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이며 축제로 하나의 공동체가 됐어요. 처음 시작한 섬마을 밴드지만 내년에는 예산도 늘려서 더욱 알찬 축제로 만들 계획이에요."

문화재단의 내년 중점 사업은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는 것에 맞춰져있다. "올해 인천을 소재로 하는 연극 시놉시스를 공모해서 연말께 시범 공연을 할 예정이지만 내년에는 시립무용단이나 시립극단과 협의해서 인천 출신의 유명한 예술인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예를 들어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이나 극작가인 함세덕 선생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작업을 함께 해볼 생각이에요.

특히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선생의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아 평전을 제대로 한번 내보려고 해요. 그런 식으로 1년에 한분씩이라도 인천출신 예술인을 인천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을 하면 그게 바로 인천의 정체성을 세우고 '문화 주권'을 확립하는 일이지요."

인천시도 '문화성시'라는 타이틀로 인천의 문화가 풍성해지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문화재단도 이에 맞춘 여러 가지 밑그림을 그려갈 계획이다.

"인천이 앞으로 문화성시를 통해 '얼굴'이 달라질거에요. 내년에는 '아트센터 인천'이 어찌됐든 문을 열고, 세계문자박물관도 착공과 해양박물관도 건립하지요. 무엇보다 인천의 가장 큰 문화 공간이 될 '뮤지엄 파크'도 설계 작업에 들어가면서 인천의 거대한 문화적 하드웨어가 착착 준비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하드웨어적인 시설은 인천시가 하는데 중요한건 하드웨어 안에 담을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 개발은 대부분 문화재단이 담당해야 될 일이지요. 건물만 지어놓고 안에 담을게 없다면 부끄러운 일 이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이 하드웨어에 콘텐츠를 어떻게,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고민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아요."

최 대표는 한 때 '문화 불모지'라 불리던 인천이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올림포스 호텔을 인천시가 인수해서 '예술가의 집'처럼 문화기관으로 활용하려고 해요. 그렇게 되면 신포동에서 아트플랫폼, 차이나타운, 올림포스 호텔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화벨트'가 만들어지거든요. 그러면 서울 대학로 못지않은 문화의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