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 사회부장

경기도내 일부 주민들은 광역시보다 큰 기초자치단체 도시에서 살고 있다. 수원시는 130만 도시로 향하고, 고양시는 104만에 달하며, 최근 용인시가 100만 도시를 넘어섰다. 뒤를 이어 부천과 성남이 100만 도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70만 가까이 되는 화성시도 100만 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들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도시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데 한계점에 올랐다. 130만 수원시의 공무원수는 2800명이다. 1인당 담당하는 주민수는 414명이다. 119만의 울산광역시 공무원 수는 5900명에 공무원 1인이 담당하는 시민은 196명이다. 2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100만 도시를 살고 있는 주민 삶의 질은 어떨까.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자립도 58.79%인 수원시가 주민 1인당 사회복지 예산으로 사용하는 금액은 55만4000원이다. 울산광역시 주민1 인당 사회복지예산 121만1000원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런 상황은 수도권 100만 도시를 행정구역상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로 끼워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119만의 울산시는 대도시이고, 123만의 수원시는 중소도시로 불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15년 넘게 이어져도 정부는 좀처럼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 꿈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공화국'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여수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자치분권 로드맵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 완성을 위한 5년간 추진될 자치분권 밑그림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핵심 내용은 ▲중앙 정부 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 강력한 재정 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지방분권형 개헌 등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현재 약 7대 3인 국가ㆍ지방사무 비율 중 지방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민생치안서비스 중심의 광역단위 자치 경찰제도 도입한다. 지방정부에서 가장 관심 있는 현행 8:2인 국세ㆍ지방세 비율을 7대3을 거쳐 6대4까지 개편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방의회 전문 인력 지원ㆍ인사권 보장, 지자체 조직 및 정원 관리 자율화, 지방공무원 역량 강화, 행·재정 정보공개 강화 등을 추진한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지방분권형 개헌의 정부안도 공개됐다. 정부는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선언을 포함시켜 지방자치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정립하자고 제안했다.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지자체들의 호소에 따라 헌법상 '법률유보조항'을 완화해 세목 신설 등 자치법규의 규율 범위를 확대한다.

또 조세 법률주의를 완화해 지자체의 과세 자주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2국무회의 공식화(신설), 지방정부의 명칭을 현행 헌법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바꾸는 것도 포함됐다.
지방정부입장에서 지방자치제 시행 20년 동안 '꿈'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해결되는 듯 보였다.

# 행안부의 내심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는 수원·고양·용인시에 100만 이상 도시 조직체계 개선 용역사업을 제안해 다음해 3월에 실시했다. 이 연구는 행안부의 제안으로 용역비의 70%를 행안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30%는 수원·고양·용인이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3개 도시에서 부담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일반구 분구 검토, 동 중심의 통일적 체제전환 준비, 구청장 직급을 현행 4급에서 3급으로 상향하고 2명 이내의 국장 설치를 비롯해 부시장 명칭도 지자체에 자율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행안부가 김영진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대도시 조직체계 개선방안'에서 3급 1명만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는 연구 제안내용을 깡그리 무시한 채 '멋대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당연히 3개 지자체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돈 대주고 귀싸대기 맞은 셈이다. 이번 안은 행안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최소한 필자가 알고 있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그렇게 결정하지 않는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안부의 역할은 지난 정부의 행자부 역할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김 장관이 잘 알고 있다. 행안부가 아직도 지난 정부 때처럼 지자체에 베푸는 기관으로 여긴다면 착각이다. 현재의 행안부의 역할은 지방정부간 갈등을 조정하고, 지방정부의 요구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데 있다. 행안부는 하루 빨리 자기정체성을 다시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