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운 인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부장
중국은 인천의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인천지역 대중국 수출은 94억9000만 달러로 인천 전체 수출의 2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사드 갈등으로 8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62억 44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에 그쳐 인천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2%p 이상 줄어들었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수출하는 인천지역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47.5%의 업체가 사드 배치 이후 수출 애로를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천지역 수출업체들은 '통관 지연 및 검사 강화', '주문량 감소', '한국제품 홍보 어려움' 등 대중국 수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한중 관계 경색이 지속되면 대중국 수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한중 수교 이후 20여년 동안 쌓아온 중국과의 우호 관계도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다른 어느 지역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인천으로서는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고,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색 일로를 걸었던 한중 관계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560억 달러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협정 만기가 연장됐고, 한국 단체 관광 재개의 기미가 보이며, 한중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발족한 인천과 중국의 민·관·산·학 상설협의체인 '인차이나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인차이나포럼'에는 주한중국대사 등 중국 측의 고위 인사들이 직접 참석해 얼어붙은 한중관계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한중 관계 경색에도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노력하고 있는 인천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한중 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국가 간의 관계가 악화될 때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교류와 협력을 지속해 양국 간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민간 차원의 교류마저 멈춘다면 양국은 회복할 수 없는 관계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인천상공회의소에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정치적인 문제에 개의치 않고 중국과의 민간 교류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중 수교 이전인 1991년부터 맺어온 중국과의 우의를 바탕으로 지역 업체가 겪는 애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중국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 상담회'를 개최하고, 후난성, 랴오닝성, 웨이하이 등에 '수출지원단'을 파견해 대중국 수출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중국 인증제도 설명회 및 상담회', '중국검역과학연구원 초청 위생허가 설명회 및 상담회' 등을 통해 지역 업체의 중국 비관세 장벽 대응을 지원했다.

인천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정치는 정치이고, 경제는 경제라는 원칙으로 중국과의 교류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며 앞으로 더 공격적인 대중국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사람 간의 관계이건, 국가 간의 관계이건 위기가 있을 수 있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별할 수도, 관계가 깊어질 수도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한고비를 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깊어져 상생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