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망' 사건 탓 시민 갈등 증폭
인천 관련사고 90건 "안전 정책 필요"
"개가 사람 물어 죽였다는 뉴스 못 봤어요? 빨리 치우세요."

21일 저녁, 인천 계양구 계산국민체육공원에 고성이 오갔다. 운동장 주변 트랙 위로 올라선 반려견을 보고 한 주민이 견주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20대로 보이는 여성 견주도 "목줄 했잖아요"라고 응수했다.

반려견을 치우라던 주민은 "그 늘어나는 목줄 싫다. 온 운동장을 헤집고 다니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더욱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주말 유명 한식당 대표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아이돌 가수 가족의 반려견에 물려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히 냉랭해지고 있다.

반려견이 짖는 소리, 배설물, 사람을 무는 사고로 인해 예전부터 계속되던 주민 갈등이 최근 잇따른 사망 사고로 증폭되는 분위기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재옥(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에 물리거나 관련 안전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된 인천지역 환자는 매년 90여건에 달한다. 2014년 94건, 2015년 91건, 2016년 94건이다. 작년 부산 70건, 대구 57건 등 인천은 6대 광역시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달 부평구에서는 공장 앞에 목줄 없이 앉아 있던 개에게 물을 주던 50대 여성이 팔을 물려 전치 6주에 이르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반려견 갈등 해법으로 제시되던 게 '목줄'이다. 개 물림 사고 대부분 목줄 없이 이뤄졌다. 이런 이유로 기존에는 야외에 반려견을 풀어 놓는 견주들에게 주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망 사고를 포함해 안전사고가 거듭되면서 반려견이나 견주들에게 무조건적인 혐오를 나타내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회사원 정진아(34·인천 계양구)씨는 "22일 강아지 목줄을 하고 아파트 승강기를 탔더니 같이 탄 이웃이 '얼른 안아라. 물면 어쩌냐'며 발로 차는 시늉을 해 당분간 산책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려동물 학대·유기 방지에 힘을 쏟는 인천시 정책에 반려동물 관리 및 안전 조처도 함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는 지난 6월 초 동물 학대·유기행위로부터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반려동물 보호 및 학대방지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