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외출 전에는 휴대전화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그러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각 국가의 도시 공기 질이 WHO가 규정한 안전기준에 대부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 한 영문매체는 '한국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 반열에 올랐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대기오염의 원인 중 하나는 자동차·선박 등 운송수단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질이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지난해 10월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서 전 세계를 오가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연료 사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현행 '3.5% 이하'보다 훨씬 낮은 '0.5% 이하' 수준의 황산화물(SOX)이 함유된 연료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내용의 골자다. 이에 따라 선박들은 해당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해양·항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범지구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연료에 함유된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기존 디젤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하나의 해결책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LNG 연료이다. LNG 연료 이용 시 황산화물이 발생하지 않고, 디젤연료 대비 질소산화물(NOX) 92%, 분진 99%, 이산화탄소(CO2) 23%가 감축된다. 올해 2분기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111척의 LNG 추진 선박이 운항 중이며, LNG 연료 선박 발주도 88건에 달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LNG 연료 선박 도입 및 건조에 대한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친환경 항만 조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친환경 항만 조성을 위한 인천항만공사(IPA)의 움직임은 다소 빠르다. IPA는 그린포트조성과 청정연료사용의 중요성을 인식해 2009년 LNG 추진연료 항만안내선 도입을 검토하고, 2011년 9월 선박건조를 시작했다. 2년 후인 2013년 7월 완성된 선박은 친환경을 상징하는 '에코누리호'라는 이름을 달고 인천항 홍보와 친환경 항만 조성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의 LNG 연료 선박은 에코누리호가 유일하다.
인천항은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에코누리호 운영을 통해 연간 약 100t의 이산화탄소(1000시간 운항 기준) 저감 효과를 얻고 있다. 이는 소나무 2만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이다. LNG연료는 환경 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유익하다.

지난해 에코누리호 운영을 위해 IPA가 구입한 LNG연료 가격은 ㎏당 평균 656.8원인 반면, 디젤은 1101.1원이었다. 만약 에코누리호가 디젤연료를 사용했다면, 연료 구입을 위해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만 했을 것이다.
인천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LNG 벙커링 기반 시설 확보를 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 LNG 벙커링은 소형선박을 위한 탱크로리 충전(Truck to Ship) 방식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라면 LNG 연료 선박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LNG 추진 선박의 규모가 중·대형화됨과 동시에 선종 역시 컨테이너선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LNG 저장소의 육상 배관으로부터 선박에 직접 충전하는 PTS(Pipeline to Ship) 방식 또는 LNG 벙커링 전용선박을 이용한 STS(Ship to Ship) 방식 등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인천항의 경우 송도신도시 남단 인천신항 부근에 LNG 인수기지가 위치해 LNG 벙커링 시설 구축을 위한 제반 준비는 일정 부분 갖춰져 있다. 향후 인천항에 LNG 연료 선박이 다수 입항하면 LNG 인수기지를 활용한 안정적인 LNG 수급 및 관련 인프라는 선박의 입출항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특히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벙커링 관련 산업은 인천항의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11월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LNG 추진선박 연관 산업 육성 방안' 발표를 통해 항만 내 LNG 벙커링 기반 확충 방안을 밝혔다. 국가적인 관심을 넘어 범지구적인 사업에 인천항이 뒷짐을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천 지역사회의 뜻을 한데 모아 클린 항만 구축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