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준 인천시도서관발전진흥원 율목도서관 관장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몇 해째 지속된 인문학 열풍으로 각종 미디어에서도 인문학을 주제로 한 강좌나 문화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고, 그러한 요구에 답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기관에서 인문학 강연, 인문학 페스티벌 등의 다양한 인문학 행사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 광풍 속에서 과연 인문학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인문학의 영역인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전적으로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분야로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그 대상으로 한다고 정의되고 있다. 흔히 인문학 세계를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역사·철학 분야로 일컫는다.

그렇다면 인간과 가장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고 인간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과 답은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에 걸쳐서 전해지고 읽혀지는 고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전은 시류에 영합하여 일시적으로 읽혀지는 일회성의 책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유행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독서하는 책이다. 또한 인문고전은 현재와 과거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는 지침서 역할을 해주며, 현재의 삶에 녹아들어 미래를 밝히는 마음의 등불 역할을 한다.

율목도서관 사서들은 이러한 인문학의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도서관 서가에 비치된 인문 고전에서 찾았다. 이에 시민들에게 인문고전의 가치를 알리고 독서로의 길안내를 위하여 '사서, 인문 고전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도서관의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서들이 몇 개월에 걸친 자료수집과 연구, 원고 작성을 토대로 직접 강연을 하는 방식이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작년 9월 '위대한 개츠비'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총 10여 편의 고전을 소개함으로써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인문고전의 가치와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강연은 '징비록', '태평천하' 등 우리고전과 '톨스토이의 인생론', '달과 6펜스', '부활', '안나 카레니나', '역사란 무엇인가' 등의 서양고전을 아우르며 동서양의 문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를 선보인다.

인문고전 강연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어렵고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으로만 알았던 고전에 대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을 뿐 아니라 고전독서의 길로 안내를 해주는 좋은 강연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부분의 인문학 강좌가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가 직접 강연자로 나선다는 점이 '사서, 인문 고전 강연'의 특징이다.

책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지식의 전달자라는 사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고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성스럽게 준비한 사서들의 강연은 인문학적인 감성을 가장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전(前)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도서관은 자기개발의 플랫폼이고, 지식으로서의 관문이며 상상력을 위한 촉매"라고 했다. 율목도서관의 사서들은 이 같은 도서관을 꿈꾸며 인문고전 자료에 대한 다양한 강연과 독서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천시민들과 인문고전의 바다로 함께 빠져 고전의 가치를 공감하고, 인간을 중심에 두는 인문학의 향기를 마음 속 깊이 공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