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어디까지 봤니?...종갓집 형제들의 뼈대 있는 코미디 열전
▲ 영화 부라더 중에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영화화
'김종욱 찾기' 장유정 감독 연출로
현대인 전통 예절에 대한 메시지
감동·웃음으로 자연스럽게 녹여


가보도 팔아먹는 형과 집안도 팔아먹는 동생. 외모부터 말투,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안동 종갓집의 '진상' 형제가 보여주는 3일간의 '동상이몽' 일화를 담은 영화 '부라더'.

'부라더'는 지난 2008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스타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 감독은 지난 2010년 자신의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영화 '김종욱 찾기'로 선보인 이후 7년 만에 또 다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 와 관객 앞에 섰다.

'부라더'는 뼈대있는 가문의 형제가 엉뚱하다 못해 멘탈까지 묘한 여인 '오로라'를 만나 100년간 묵혀있던 비밀을 밝히는 코미디 영화다.

한국사 강사인 형 석봉(마동석)은 한국의 인디애나존스를 꿈꾸며 유물을 발굴하려 대출을 받아 억대의 발굴장비를 사들이고는 날마다 빚 독촉에 시달리지만 언젠간 크게 한 방을 터뜨릴 꿈에 가득 차 있다.

건설회사 직원인 동생 주봉(이동휘)은 고속도로 공사 구간을 잘못 정하는 바람에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를 받고는 발길을 끊었던 안동 집에 꾸역꾸역 내려간다.

상극 형제는 차에서 티격태격하다 문화재청 직원 오로라(이하늬)를 차로 치게 되고, 괜찮다는 그는 잊을 만하면 형제 앞에 나타난다. 시종일관 엉뚱한 이야기만 내뱉고 헤픈 웃음을 보이는 그를 '2% 부족한' 인물로 단정 짓지만, 결국엔 각자의 꿍꿍이를 이룰 수 있는 열쇠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 배우의 애드리브와 슬랩스틱,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장면 연출에 홀딱 빠져 정신없이 웃고 즐기는 새 영화는 관객들을 슬쩍 뿌려둔 감동의 덫으로 몰고 온다. 코미디지만 휴먼, 가족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잡은 영화라는 점이 큰 매력이기도 하다.

탄탄한 조연진들도 '일당백'을 소화하며 영화를 빈틈없이 메워 완성도를 높인다. 송영창이 종갓집의 든든한 버팀목 당숙 역을 맡았고, 조우진이 안동과 종가의 보안을 책임지는 경찰이자 집안의 가보를 지키는 보안관 '미봉' 역으로 잔망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다.

또 뮤지컬 '그날들'과 '레베카'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온 뮤지컬 배우이자 실제 송영창의 딸인 송상은이 서울 라이프를 동경하는 종갓집 며느리 '미봉 처'로 스크린 연기에 첫 도전했다. 뿐만 아니라 여심 스틸러 지창욱이 깜짝 출연을 해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들었다놨다하는 감독의 센스까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부라더'의 별미는 요즘은 보기 힘든 고택과 전통장례 등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500년의 세월이 담긴 안동의 퇴계 태실(퇴계 이황 선생 출생지)과 보물 제450호로 지정된 의성 김씨 종택에서 촬영해 생생함을 더 했다.

장 감독은 "안동이 아니었으면 일어날 수 없는 보수적 사고방식을 가진 종갓집이 배경이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그냥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배경으로 인한 문제들이 있었다"며 "제일 처음에 그냥 종갓집 설정이었는데 한국에서 위패를 모시는 종갓집의 80%가 안동에 있다. 거기서 보수적이고, 현대와 걸맞지 않은 형제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동상이몽 진상 형제들의 개과천선 그리고 예절과 전통, 근본이 무엇인지 생각케 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부라더'는 오는 2일 개봉한다. 상영시간 102분, 12세 관람가


부라더 시사회에서...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의 특급 케미
"10년은 같이 작업한 듯 호흡 척척"


배우 마동석, 이동휘, 이하늬 그리고 감독 장유정 등 영화 '부라더'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7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부라더' 언론시사회에서 이들은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존재감 배우'로 우뚝 선 이동휘는 상업영화에선 첫 주연을 맡아 사뭇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는 "전에는 어떤 역할을 맡든 작품이 다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고백했다.

동생 '주봉'과 '특급케미'를 선보인 '석봉'역의 배우 마동석은 "(이동휘 배우가) 그동안 밝고 쾌활한 역할을 주로 해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람 좋고 진지한 친구"라며 "별다른 얘기가 없어도 10년 같이 일한 느낌이 들 만큼 편하고 재밌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배우는 "상황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선배님을 보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면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면서 "여러 가지로 놀랐는데 특히 팔이 두꺼워서 정말 놀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오로라'로 나선 배우 이하늬는 코믹 연기부터 사연 많은 눈빛까지 팔색조 매력으로 영화에 힘을 실었다. 그는 "엄동설한에 얇은 옷을 입고 촬영하느라 힘들었지만 코미디라 그런지 촬영 현장에 늘 웃을 일만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장 감독은 "이하늬 배우가 프로인 게 단 한 번도 인상 쓰지 않고 촬영에 임해서 스텝들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사실 '오로라'가 정말 어려운 역인데, 잘할 줄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영화에 가족애가 녹아있는 만큼 배우들 역시 가족을 떠올리며 따뜻한 소감을 전했다. 마동석은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꼭 한 번 찍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웃으며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서 좋다"고 말했다.

이동휘는 "최근 영화 쇼케이스가 끝난 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하필 병원이 안동이었다"라며 "촬영할 땐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서 영화 보면서 '왜 진작 가족에게 잘하지 못했을까'하는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