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옥 경제부장
인천 송도 6·8공구 개발 특혜비리 논란에서 인천이 얻어야 할 성과는 '진실 규명'과 '향후 방향 정립'이어야 할 것이다.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번 논란이 이해관계인의 입장을 둘러싼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춰지거나 흘러가는 모습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인천경제청과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는 안상수 시장 때인 2007년 8월 개발협약을 맺었다. 송도 6·8공구 176만평에 대한 독점개발권을 부여하되 151층 인천타워를 포함한 복합 기능을 갖춘 국제도시로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2008년 국제 금융위기가 찾아와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한 처지에 놓였고, 재정위기로 한푼이 아쉽던 인천시로서도 이 땅을 팔아 부족재원을 확보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이 때문에 송영길 시장 취임 직후인 2010년 8월 사업조정 협상에 들어갔고, 4년 동안 89차례 협상을 거듭했다. 양측은 유정복 현 시장 취임 초반기인 2015년 1월 사업계획조정 합의를 봤다. SLC는 기존 사업예정부지 일부인 39만평에 대한 개발권만 갖되 땅값은 평당 300만원대에 받게 됐다. 대통령이 참석해 기공식까지 갖는 등 법석을 떨었던 151층 인천타워는 짓지 않는 것으로 교통정리했다. 다만 인천시는 나머지 59만 평에 대한 개발권을 회수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게 됐다.

인천경체청은 송도 6·8공구 가운데 SLC에 공동주택 용지로 넘긴 부지 이외에 일부를 새로운 민간자본을 유치해 개발에 나서기로 하고 국제공모에 나선다. 올 5월 이 땅을 '블루코어시티'로 건설하겠다는 제안서를 써낸 블루코어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120일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블루코어시티의 사업계획안이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과도하게 짜여져 경제자유구역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윽고 9월7일 협상 무산을 확정 통보하기에 이른다.

송도 6·8공구 개발이 개발업체와 극히 일부 공무원 간 협의에 의해 이뤄지면서 정작 시민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로 인한 과실은 누가 가져가는지 알 수 없었다. 올 초 부임한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현 시정연구단장)은 송도6·8공구 사업 전반에 현미경을 들이대어 인천시의 권리를 확보하자며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SLC를 상대로 정확한 개발이익 산정과 블록별 정산 방식 채택을 요구한다, 블루코어컨소시엄에 대해서도 돈이 되는 공동주택만 때려짓기보단 공공성을 강화해야 본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요구한다. 그런데 벽에 부딪힌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 인사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런 실상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6개월여 만에 인천경제청 차장에서 직위해제됐다. 언론은 정 전 차장에게 '부당한 압박이나 로비가 있었다면 그 실체를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인천시의회는 송도 6·8공구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특별위원회를 꾸려 활동에 나섰다. 국회는 이번 주 국정감사에 정 전 차장과 SLC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언론매체의 보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전·현직 인천시장 측은 유불리에 따라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여기까지가 우리 앞에 펼쳐진 현상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가늠하기 어렵다. 커질 수도 있고,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점은 이 모든 사태의 뿌리엔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조차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끄러움이다. 독자와 인천의 역사에 속죄하고 싶다. 정 전 차장이 지목한 '언론???사정기관???심지어 시민단체라는 족속들까지 한 통속으로 업자들과 놀아나니…'에 등장한 장본인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기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색이 인천 대표언론이라는 인천일보 기자로서 인천시민의 재산을 지키고자 고민해왔던가. 개발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깊이있게 들여다보려 노력했던가. 그러하지 못했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야말로 정 전 차장이 지목한 문제의 인물은 아니었을까….

상식 있는 공무원이 시민 재산을 지키자며 동분서주하는 동안 지역언론은, 사정기관은, 시민단체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자기반성부터 있어야겠다.
'우선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해 반성하는 고백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넘어진 얘기, 부끄러운 얘기를 하자는 겁니다. 실수하고, 또 욕심 부린 얘기, 그래서 감추고 싶은 얘기를 고백하며 가자는 거지요.' 김익록은 자신의 책('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에서 이렇게 갈파한다. 고백에도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려놓고, 뉘우치고, 다짐하는 것이어야 한다. 진정한 자기 고백이야말로 자기 치유의 길이다. 송도 6·8공구 사태에서 인천이 얻어야 할 가장 값진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