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고향 인천에선 …'' 실버작가 추억 산문집에 오롯이
60대에 늦깎이 작가로 등단해 산문집을 펴낸 할머니가 있어 작가 지망 실버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서가인(68) 할머니는 70세를 두 해 앞두고 지난달 말 산문집 '밤비에 자란 사람'을 출간했다.

그는 "어린시절 백일장에서 다수 수상할 만큼 글 재주를 인정받았고 고전문학 '폭풍의 언덕'과 '데미안' 등을 보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지만 결혼 후 가사에 힘쏟기 바빴던 탓에 글쓰기를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마흔 넘어 여성 백일장에 참가해 장원을 받았고, 이후 자신감을 회복해 신춘문예를 비롯한 각종 글쓰기 대회에 참가했다.

결국 60세가 되던 2009년 에세이스트에서 신인수필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는 인천문인협회와 갯벌문학회, 내항문학회 에세이스트에서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이번 산문집을 펴내기까지는 한 달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써놓았던 글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발간했고, 다음 산문집에 실을 글도 몇 개 남겨뒀다.

총 36가지 이야기가 담긴 그의 산문집엔 송림동 눈곱우물과 율목공원 등 고향인 인천에 대한 어릴적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책 제목인 '밤비에 자란 사람'은 어릴 적 남아선호사상이 대단했던 어머니에 반해 꿋꿋하게 꿈을 키워온 본인의 이야기다.

딸 대신 세 명의 남동생들만 공부를 시키려는 어머니를 다소 원망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뜻을 버리지 않는 자신을 돌아보며 쓴 글이다.

초등학생 손녀와 쪽지편지를 주고받으며 겪었던 일화를 담은 글이자 그의 등단작품이기도 한 '쪽지편지'도 수록돼있다.

그는 "독자 몇몇 분들이 글을 읽고 그동안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거나 나를 닮고 싶다는 말들을 해
줬다"며 "내 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황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도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

산문집에서 그치지 않고, 일생 내내 키워온 소설가로서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포부다.

"단편소설집을 두 편정도 더 써서 책으로 내고 싶습니다. 남은 인생은 제 꿈을 위해 힘을 쏟아야죠. 소설 분야 등단을 위해 계속 도전할 겁니다."

/글·사진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