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단과 소식을 끊고 지내는 나에게
강화학파 문인과 신강화학파 문인이 제각각 찾아와
함께 강화에 관하여 글을 쓰자고 청했으나
어느 학파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강화에서 내가 시작詩作보다 더 관심을 가지는 게 있으니
집집마다 뛰어난 농사꾼이었던 노부부들 중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만 남아 농사일하는 모습인데
이런 나를 모르는 강화학파 문인과 신강화학파 문인은
나에게 시단과 담 쌓으면 주목받기 어렵지만
자기네 학파에 들어오면 그런 따위를 훌쩍 뛰어넘어
작품 안에 들어가 주인공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작품 바깥에 나가 독자로 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미 그리하고 있다고 대꾸했더니
어린 자식을 업고 들일하다가 젖 먹였던 노부부들
다 키운 자식을 혼인시켜 외지로 분가시켰던 노부부들
모두가 머지않아 저세상으로 떠날 터이므로
강화학파도 신강화학파도
그들의 생을 기록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니
공동 집필에 동참하면 길이 남으리라고 이구동성 꼬드겼다
나는 벌써 그 이야길 쓰고 있다고 우쭐대자
강화학파 문인과 신강화학파 문인이 똑같은 덕담을 했다
그런 시편은 아무리 많이 발표해도 문명을 날릴 수 없소만
강화에서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진실한 행위이기는 하오
경향 각지에서 리얼리즘 배신이 대세라는 시절엔 말이오




하-수상한 시절이다. 모든 것이 안개 속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시절이다. 세계-내-존재로써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인간이기 때문인데 오늘 인간이 사는 마을을 관통하는 시절의 시간은 하-수상하고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강화학파는 무엇이고 신강화학파는 무엇인가? 문단이란 무엇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름을 얻고 얻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우리 안에 현현하는 존재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창가에 바람은 식어가고 햇빛은 점점 깊어져 가을의 전언은 온통 단풍 빛인데 휠더린(Holderlin)의 생각을 빌려 꽃들의 말이 그리운 시절이다.

'만상 가운데 홀로 드러낸 몸은/오로지 사람만이 스스로 알고 친하다'는 설두의 사자후가 일요일 아침을 짓누르고, 화자가 이 근원적인 질문으로 어렵게 버티며 살고 있는 강화에 위로를 보내는 아침이다.

/시인 주병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