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내 한 여고생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준다. 경기도교육청은 4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일선 학교와 지역교육청, 도교육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도 여고생에게 에이즈를 옮겼거나 반대로 옮았을 가능성이 있는 성 매수 남성들을 추적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추가 감염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최근 10년 동안 10~20대 에이즈 감염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성 경험이 갈수록 빨라지고 청소년 성매매도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12일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에이즈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감소 추세인데 반해 한국은 증가한다. 2014년 전 세계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200만명으로 2000년(310만명)보다 35% 줄어든 반면 지난해 국내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1062명으로 2000년(219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새로운 감염자 중 10~20대 청소년들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10대 감염자는 2006년 13명에서 2016년 36명으로 증가했다. 20대도 같은 기간 158명에서 360명으로 배 이상이다. 전체 감염자 중 10대 비율은 2000년 0.7%에 그쳤지만 지난해 3.3%로 커졌다. 20대도 22.3%에서 33.8%로 급증했다. 에이즈의 잠복기가 10년 안팎인 걸 감안했을 때 10대에 감염돼 20대에 증상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0대가 에이즈에 노출될 위험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현 상황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먼저 에이즈 등 각종 성 매개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청소년의 성관계를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근본적으로 청소년을 성관련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