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엄마와의 처절한 사투, 7년 전 그날의 진실은 …
▲ 지난 10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희생부활자' 언론시사회 모습.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 곽경택 감독이 각색
'인간 부활'의 새로운 소재로 눈귀 즐거운 판타지 스릴러

모성애로 풀어가는 전개는 다소 아쉬워


비 내리던 어느 날, 길에서 아들 진홍(김래원)을 기다리던 엄마 명숙(김해숙)은 오토바이 강도를 만나 무참히 살해당한다.

7년 뒤, 엄마가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돌아와 부엌에서 요리한다. "밥 안 먹었지?" 늘 그렇듯 아들 끼니를 걱정하던 엄마는 돌연 식칼로 진홍을 위협하며 죽이려고 덤빈다.

영화 '희생부활자'는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각색한 영화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진짜 범인을 심판하기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기존 국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소재로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시작과 동시에 살인 사건과 'RV(희생부활자)'의 등장을 빠른 속도로 보여주며 긴장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관측된다. RV라고 불리는 이들은 복수를 끝내고 나면 스스로 불 타 다시 죽음으로 돌아간다. 진홍은 졸지에 7년 전 엄마를 죽인 진범으로 몰리며 주변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국정원과 경찰, 진홍은 각자의 방식으로 명숙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추적한다. 국정원은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 RV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수사권 독립을 외치는 경찰은 검사인 진홍을 진범이라고 확신하며 입증하려 든다.

사실 진홍 역시 그동안 석연찮은 엄마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조사해왔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가 진정 범인을 찾는 건지 아니면 본인의 죄를 숨기려는 건지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진실을 파헤치는 검사이자 뒤늦게 모성을 깨닫는 진홍을 연기한 김래원, 차가운 눈빛과 돌변하는 표정을 통해 명숙과 하나 된 김해숙, 그동안 줄곧 선보였던 개성 넘치는 코믹 연기는 내려놓고 묵직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성동일 그리고 남성 부하 직원들에게 수사 방향을 지시하며 주체적이고 냉철한 경찰 역의 전혜진까지 각자만의 캐릭터 해석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영화는 단순히 판타지 스릴러를 고집하며 복수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희생부활'이라는 신선한 소재에서 결국엔 다소 진부한 '모성애'라는 주제에 닿고만다.

이에 곽 감독은 "머리를 싸매고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저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로 끝나야, 호기심 그리고 재미로만 출발하지 않은 작가로서 당위성이 유지되는 것 같았다"며 "또 이 이야기를 처음 만들고자 할 때, 어머니와 아들 간의 기본적인 윤리가 무너지는 뉴스를 많이 봤다. 그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감독은 또 소재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화면이 비어 보이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RV들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출연한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그래서인지 극중 대부분 비가 내리고 시종일관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이에 죽은 엄마를 향한 아들의 죄책감과 그리움, 아들을 잊지 못하는 절절한 엄마의 모성까지 한국인의 정서를 뒤흔드는 감정이 곳곳에 차고 넘친다.

'복수 대신 용서가 가능한 사회'를 보여주는 영화 '희생부활자'는 12일 개봉한다. 91분, 15세관람가



시사회 이야기

김해숙·김래원 엄마와 아들로 3번째 호흡
"서로에 대한 믿음 컸다"


"수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이번 영화가 가장 두렵고 설레네요. 사실 걱정도 많이 했고요."

지난 10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희생부활자' 언론시사회에서 곽경택 감독이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원작인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절반만 읽었는데도 날 사로잡아 꼭 영화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희생부활자를 보며 서양의 좀비와 동양의 귀신 사이에서 어떻게 표현할 지 고민에 고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날 배우 김래원, 김해숙, 전혜진, 성동일도 참석해 영화와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해바라기'와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이어 또 다시 모자(母子)로 만난 김래원과 김해숙은 서로에 대한 끈끈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해숙은 "사실 세 번째 작품이라 '우리가 어떨까?' 싶었는데 배우로서의 믿음은 물론 인간적으로서 믿음도 많이 커진 사이라 단연 최고의 호흡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래원은 공감하면서도 "처음에 (선배님이) 공격할 땐 당황스러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리하고도 차분한 경찰 '수현'역의 전혜진은 최근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와는 또 다른 형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 영화는 '불한당' 전에 찍었던 영화였고, 이번엔 심리분석가에 가까웠기 때문에 직업은 경찰이지만 다른 연기를 했다"며 "감독님의 디렉션에 많이 의존해 감정을 자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한 성동일은 "재래식 연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용어를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붓을 꺾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지만 분량이 많지않아서 티가 안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해숙은 중견 배우로서 연기에 임하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여배우들이 할 작품이 없다는 말이 많다"며 "후배들이 나이 들어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다진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