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회, 정치권이 약속한 헌법개정 절차가 다가오지만 개헌 논의에 진전이 별로 없다. 헌법개정 기회가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일정에 맞춰 국회는 올해 1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전체회의, 공청회, 국민대토론회 등 개헌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 등 대형 이슈와 함께 여야 정쟁에 개헌논의는 파묻히는 모습이다. 이견이 뚜렷한 쟁점들에 여야가 대립하면서 개헌안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양상을 띤다. 내년 개헌의 핵심쟁점인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여야 정치권은 그 수위와 방향을 놓고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개헌 논의에 정작 인천지역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지방자치 실현에 대한 의지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시·도별 공무원 대비 주민수 현황'을 봐도 열악한 수준은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인구 294만6900명인 인천지역 공무원 정원은 1만3981명으로 공무원 1명이 담당해야 할 주민수는 211명에 달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249명)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강원(86명) 대비 2배를 웃도는 수치다. '2012~2016년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현황'에서도 인천지역 10개 군·구 중 6곳은 '주민참여예산 설명회와 공청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공무원과 주민 간 다양한 소통이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공무원이 담당해야 할 주민수가 많을수록 현실적인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공무원 1인당 주민수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인력 증원과 재배치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이 지방자치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적기임은 분명하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지자체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