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맞춘 현실적 조언
경제·정신·육체적 생활지침서
'新노년의 삶' 긍정적으로 다뤄
▲ /이미지투데이
▲ 임영철 지음, 에스에이치북스, 280쪽, 1만4000원
9988234.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안에 죽는다'는 이 말은 21세기 고령화사회를 잘 함의하고 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령화는 인류의 오랜 염원인 장수를 선물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요절보다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인구가 증가하는 대한민국.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어떨까.

새책 <웰컴, 헌드레드>(에스에이치북스·280쪽)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노인 대국' 일본 시니어의 삶과 문화를 조명한 책이다. 그 안에서 대한민국 '호모 헌드레드' 행복의 조건을 살펴보는 100세 시대 생활지침서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100세까지 품위 있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100세까지 잘 살다 잘 죽을 수 있을까. 일본 사회언어학자이자 일본 문화에 정통한 저자 임영철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모습을 소개하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진단한다.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관계에 적응하고, 하류노인이 되지 않는 방법부터 고독을 피하는 법, 웰다잉까지 100세 시대를 효과적으로 개척해 나가기 위한 삶의 기술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노후는 기대감과 준비가 필요한 인생의 한 시기일뿐"이라며 100세 시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단 "준비 없는 노후는 비참한 삶으로 좌초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100세까지 잘 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중년, 신노년, 뉴실버, 엘더, 액티브 시니어, 뉴식스티. 신인류를 정의하는 명칭은 다양하다. 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젊은이처럼 연애하고, 말끔한 수트핏을 자랑하며, 은발의 모델로 런웨이를 누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솔직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독립적이다. "나는 다른 50~60대랑은 달라." 호모 헌드레드 중 많은 숫자가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와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OECD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이것이 대한민국 노인 복지의 현실이다.

한국의 호모 헌드레드들은 부모를 부양했지만 자신은 자녀에게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첫 번째 세대다. 그리고 자식에게 올인하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하류노인'의 공포에 떨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후 세대의 은퇴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엔 부동산의 가치도 컸고 부모를 부양할 자녀도 많았다. 또 기대수명도 그리 길지 않아 병원이나 연금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 은퇴자들은 자녀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고 기대 수명은 100세를 바라본다.

"일본 노인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노후를 의존하지만, 우리 사회 노인들이 믿을 것이라곤 국민연금뿐인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생활하기에 충분치 않은 돈이다."

"부모의 불행한 노후처럼 자녀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도 없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나의 경제 수준에 맞도록 과감히 줄이자."

"은퇴 이후엔 삶의 전반적인 면에서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소득은 줄거나 없는데 은퇴 이전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한 푼이라도 줄여서 노후에 보탬이 되는 편이 낫다."

"현역에서 오랫동안 경쟁력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면 은퇴 전부터 자신의 업무처리 기술능력 향상에 신경을 쓰고, 인생을 이모작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은퇴는 그저 '장소의 상실'일 뿐 앞으로도 인생이란 마라톤은 계속된다."

이 책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노인대국 일본의 오늘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발견하고 준비하게 만든다. 은퇴 이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가야할 호모 헌드레드들이 장수 리스크를 줄이고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결혼이란 계약을 현명하게 유지하는 법, '하류노인'이 되지 않는 법, 노후의 외로움을 덜어 줄 친구라는 연금에 가입하는 법, 젊음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는 법, 고독력을 키우는 법, 치매 없이 건강하게 하는 법 등 노년의 삶을 예습하고 그것을 느긋하게 탐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

바야흐로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시대가 왔다.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닌 맞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 책은 재택임종, 연명치료 등으로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 등 최근 웰다잉의 핫이슈로 떠오른 주제들을 다룬다. 또 '엔딩노트'로 내 생애 마지막 순간을 디자인하는 법을 알아본다.

마지막을 직시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죽음을 통해 순간의 소중함과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쓰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저자에게 잘 살아온 인생은 '유쾌한 장례식'으로 상징된다. 100세까지 잘 살다 죽는 일, 미리 준비하면 두렵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만4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