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발생을 걱정했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 대응에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명절을 앞둔 지난달 27일 경북 영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 당국을 바짝 긴장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영천에서 검출된 야생조류 AI 바이러스는 H7N7형으로 국내에선 단 한번도 고병원성으로 확진된 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저병원성으로 본다. 방역당국은 올해 AI 발생확률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고병원성 AI가 기승을 부린다.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집계한 '해외 AI 발생 현황'을 보면, 2014년 166건에서 2015년 1657건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116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 1740건이 발생하는 등 전 세계가 AI 공포에 휩싸여 있다. 고병원성 AI는 겨울철새 도래 시기와 추석 연휴가 맞물리는 10~12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해 두 달 이상 이어졌다. 다행히 올해 최장 10일 이상의 추석 연휴는 비켜갔다. 방역당국은 긴장의 고삐를 놓으면 안된다. 이상기온으로 겨울철새 도래 시기가 늦춰지고, 매년 개체수도 줄어든 탓도 있다. 정부는 구제역과 AI 발생 가능성이 큰 다음 달부터 내년 5월까지를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가축 질병 발생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의지만으로 AI 발생을 막을 수 없다. 각 자치단체는 물론 농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난해 AI 발생으로 양계농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또한 올 겨울은 국가적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그 어느 때보다 AI를 비롯해 구제역 등 겨울 가축전염병 예방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국 최대 양계농가가 밀집한 경기도는 더욱 촘촘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 양계농가가 없다는 이유로 방역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시·군이 있어서도 안된다. AI의 이동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AI 발생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정부를 비롯해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힘을 모아 'AI 무(無)발생 원년'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