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연휴가 열흘이나 되는 만큼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지만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근교 박물관, 미술관 3곳을 추천해 본다.

먼저 추천할 곳은 용인시 기흥구 이영 미술관이다.

이곳에는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진채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박생광 선생의 작품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다.

박생광이 누구인가. 당시 수묵 담채화 계열의 한국화가 주류인 한국 화단에 불화나 단청, 무속화의 강렬한 채색을 활용해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화가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선생 사후의 것일 뿐 생전에는 왜색(倭色)에 경도된 화가라고 배척됐다.

이영 미술관에는 또 한 명의 걸출한 한국미술의 거장의 작품도 많다. 전혁림 화백이다.

전 화백은 인생 말년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박생광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영 미술관과 전혁림의 인연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로도 유명하다.

2005년 11월 갑자기 이영미술관을 찾은 노 전 대통령은 전혁림의 그림에 감명을 받아 그의 그림 '통영항'을 주문해 청와대 접견실인 인왕실에 걸어두고 외국의 국가원수들에게 한국의 자연과 문화의 우수함을 소개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양주의 장욱진 미술관이다.

장욱진은 1917년에 태어나서 이중섭, 김환기 화백과 동시대에 활동하던 화가다.

마치 아동화나 동화를 연상시키는 단순하고 순진무구한 그의 작품은 그의 인생역정 만큼이나 독특하다.

서울대 교수자리를 박차고 나와 남양주 덕소의 시멘트 상자 집에서 12년을 살며 창작활동에만 전념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안양의 김중업 박물관이다.

1959년 건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전문가도 부족했던 시절, 주한 프랑스 대사관 공모에 참여한 5명의 프랑스 건축가와 한 명의 한국인.

당시 프랑스 문화부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는 한국인 참여자인 김중업의 손을 들어줬다.

1961년 완성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조선일보 선정 '한국 50년, 걸작건축선 20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공으로 프랑스 드골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공훈훈장과 슈발리에(기사) 칭호를 부여받았다.

안양에 있는 김중업 박물관은 생전에 그가 건축한 우유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그곳에 가면 그의 건축 노트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