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장장 열흘이 넘는 연휴를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9일과 내달 9일에 이르는 연휴기간 공항 이용객은 무려 19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평균 이용객 17만7500여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때보다 10.3%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런 추석도, 긴 연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통이다. 시장상황을 살펴보면 누가 어려움을 맞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특히 추석대목을 한껏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이 먼저 한숨을 내쉬는 모양이다. 백화점 매출은 대폭 늘어난 데 비해 재래시장은 사뭇 썰렁한 분위기다.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빚어낸 풍경이다.

명절일수록 특히 외로운 사람도 많다. 노인들이 그렇고, 사회복지 시설 수용자들도 그렇다. 대부분의 노인전문요양원에는 추석연휴를 며칠 앞두고 부모와 함께 추석을 보내겠다는 가족들의 신청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한다. 요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10명 중 8~9명의 노인이 올해도 가족들의 돌봄 없이 쓸쓸한 명절을 보낼 것 같다. 그나마 외박이나 외출을 신청한 사람 중에도 하루 면회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개중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있으나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시설 관계자들의 얘기다. 쓸쓸하기는 사회복지시설도 마찬가지다. UN산하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의 경우 정기·신규후원자가 지난해보다 10% 가량 줄었다고 한다.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시설들은 형편이 이보다 더 나쁘다. 보통은 20~30% 후원이 줄었다는 게 시설 종사자들의 말이다.

비록 가난했으나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보냈던 시절의 추석이 그립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제도와 풍속이 바뀌고 소비행태가 바뀌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부모마저 내팽개치고 여행을 떠나는 현상을 무턱대고 긍정할 수만은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병들고 늙은 부모를 오로지 가족의 힘으로 책임질 수 있는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어려운 이웃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날 며칠쯤 부모와 함께, 이웃과 함께 지내는 미덕조차 버린다는 건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