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상여금 차별 다반사 … 학교서 극명
시 수도검침원 "올해엔 그나마 20만원 받아"
"선생님들한테는 나갈 돈 많은 추석 앞두고 명절 휴가비가 든든하죠. 근데 우린 그런 선생님이 아니니까…."

인천지역 영어회화 전문강사 김선희(가명)씨는 요즘처럼 명절 다가오면 비정규직인 자신 처지를 뼈아프게 실감한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매달 통장에 찍히는 임금은 180만원. 같이 일하는 정규직 선생님과 달리, 명절 휴가비도 없다. 남들처럼 가족과 친지도 뵙고 차례도 지내야 하는 그에게 명절은 늘 돈 걱정부터 앞서는 행사다.

김씨는 "정규직 선생님들 기본급 60%를 명절 휴가비로 받으면 내 월급이랑 비슷한 수준이더라"며 "젊은 선생님 중에선 이번 연휴가 10일 가까이 되니까 휴가비로 해외여행도 계획하던데, 콩기름 선물도 못 받는 내겐 다 남 일"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얘기를 들어보면 영어회화 전문강사라고 전부 다 명절 휴가비를 못 받는 건 아니다. 경남(70만원)이나 강원(20만원), 대전(20만원)지역에선 나름 명절 때 강사들에게 성의를 표하고 있다.

이윤희 인천지부장은 "명절 휴가비는커녕 강사들 급식비도 지급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회화 전문강사 처우에 인색한 게 인천지역 교육계 현실"이라며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일하는 학교에선 특히 명절이면 차별이 더 극명해진다"고 전했다.

1년 단위 계약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인천 수도검침원 170여명은 추석 상여금으로 20만원씩 받았다. 길게는 10년 넘게 인천시 산하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검침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대접은 공무원들과 딴판인 것이다. 수도계량기 점검은 애초 공무원 업무였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02년부터 용역업체와 도급계약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공공운수노조 인천수도검침원지회 관계자는 "하루 200가구를 돌며 받는 월급이 세전 200만원 수준이라 명절 상여금이라도 좀 올려달라고 요구해 기존 10만원에서 이번에 20만원으로 오른 것"이라며 "어디 가서 말하기도 창피한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상여금을 받는 경우는 38.2%에 그쳤다. 정규직(85.4%)과 비교해 47.2%p 낮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에는 명절 상여금을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돼있지만 현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명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각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