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천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박사과정

인천시는 지난 9월5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을 발표했다. 자동차 중심에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남은 공간을 공원과 녹지, 문화, 상업 환승시설을 배치해 국내외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소통·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국비확보를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도로공간 복합개발사업', '경인고속도로 일반 도로화 특별법 제정' 등을 활용한다고 한다. 결국 사업비 4000억원이 소요되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을 추진하면서오는 11월부터 당장 500억원을 투입해 '인천기점에서 서인천 나들목에 이르는 10.5㎞' 전구간을 교통혼잡에 대한 대책 없이 사업비 절감을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착공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인천시가 현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도시재생뉴딜 사업 등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이와 같은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는다. 정부가 인천지역의 연수·부평지역 집값을 집중모니터링한다는 신문기사도 눈에 띄는 요즘이다. 집값이 뛸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현 정부의 철학이 이럴진데 막연히 인천 2호선 주변 역세권 토지들을 매각해 사업비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미래 인천발전을 위해서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보다는 인천의 100년 대계를 위해 '4차산업혁명(인지기능, 자율주행차, 3D, 드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산업, 바이오 등) 연계 일자리 창출전략에 4000억 예산을 투입하면 어떨까?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지원을 위한 협약서(2013년 1월 17일) 6항에 의하면 2017년까지 송도 11공구 10만평을 R&D를 위한 연구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인천대에 제공한다고 돼 있다. 인천시와 인천대의 세계화를 위해 10만평을 무상으로 제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의 세계적 대기업과 국내 유수의 R&D 연구소를 유치해서 인천의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현 인천시장이나 내년에 선출되는 차기 시장 또한 시정을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하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본다. 인천시 행정업무는 전문성을 지닌 행정부시장에게 일임하고, 인천의 미래를 위해 굴지의 기업과 세계적인 R&D 연구소 유치에 발벗고 나서 인천시 백년대계 기반을 마련했으면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젠 더 이상 송도가 '베드타운'으로 되고 '위락시설'로 오염되지 않게 하는 신중한 도시계획에 나섰으면 한다.


최근 지역신문에 송도 6·8공구 계약 체결안이 물거품으로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야 차치하고라도 시민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시민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한 요즘, 신제품을 생산할 장소가 있어야 시민들이 취직하고, 소득이 있어야 소비가 있을 것 아닌가. 독일의 슈뢰더 총리처럼 인천의 장래와 백년대계를 위해 '4차 산업혁명' 먹을거리 산업에 투자하여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그동안 송도국제도시를 보면 인천의 개발방향이 베드타운, 위락시설, 빌딩 등을 짓는데만 급급해 생산의 터전과 시설에 대한 투자는 없이 부동산 투자만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시설과 인력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공간이 유치되고 만들어져야 인천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문재인 정권 초기(1~2년 정도)에는 SOC 산업보다는 국민복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한다고 했다. 지난 9월1일에는 조정식 국회 교통위원회 위원장이 '빈 집,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을 도시재생사업 영역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과거 정부처럼 무조건적 전면철거방식의 '대규모 뉴타운 사업'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저소득층을 위한 '도시 재생 뉴딜사업'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정부 방침에 따라 인천지역 지도자들도 내고장 인천을 살리기 위해 처절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춰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일자리 창출의 전략과 기틀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