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심신미약·우발적" 주장에 '철벽' … 공범, 선고직후 항소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이번 범행은 신체 일부를 얻기 위한 것 말고는 특별한 동기가 없었습니다. 과연 피고들에게 생명이나 존엄성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허준서 부장판사, 판결문을 낭독하며)

'인천 연수구 초등생 살인사건'은 범인이 비록 미성년자라도 재판부가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도 "구형대로 선고할 줄은 몰랐으며 놀라웠다"고 밝힐 정도였다. 미성년자의 '미성숙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잔혹한 범행과 반성 없는 자기 방어, 책임 회피가 중형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심신미약·자수·우발적 범행 주장에 "이유 없다"

24일 인천지방법원이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 주범 A양 측은 크게 심신미약·자수·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A양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고, 범행 당일 어머니와의 통화 끝에 경찰에 출석했으며,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정황과 신속한 범행 현장 정리, 용의주도한 사체유기 등을 보면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신감정에서 지능 수준이 평균이상으로 나왔고, 다중인격·환청 등은 수사에 대한 대처였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자수 주장도 범행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자기 범행을 신고할 경우, 자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공모 사실이 없고, 사건 당시의 대화를 캐릭터 커뮤니티 역할극이라고 생각했다던 공범 B양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모관계가 직접적으로 나타난 물증은 없으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 마다 진술 태도가 바뀌었고 일관성도 없었다"고 봤다.


▲소년이라도 "중형 불가피"

그동안 A양과 B양은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구해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반성문을 제출하는 모습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으나 참혹한 결과를 돌이킬 순 없다"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 범죄라는 점에 대해서도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에 소년이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것은 죄책에 상응하지 않으며 예방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책임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범 B양 측은 선고 직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B양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감안해 소년법 제60조에 따른 부정기형(장기 10년 이하·단기 5년 이하)을 받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주범 A양은 24일 오후 5시 현재 항소하지 않았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관련기사
초등생 살인 '나이가 가른' 형량, 소년법 '합당한가' 전국을 뒤흔든 '인천 연수구 초등생 살인사건'에 법원이 중형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주범 A양에게 징역 20년, 공범 B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끔찍한 범죄가 일단락됐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년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위한 소년법 개정, 피해자 유족 보호·보상, 사회안전망 구축은 여전히 '어른들의 과제'로 남아있다. ▶관련기사 19면 ▲끔찍한 범죄에도 '최대 20년' A양이 공범 B양보다 낮은 형을 받은 까닭은 단지 '법'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