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은 '철도의 날'이었다. 내년 '9월' 달력에는 철도의 날은 없을 듯하다. 1894년 우리나라 최초로 철도국을 창설한 6월 28일로 변경될 분위기다. 1899년 경인선 인천~노량진 33.8㎞ 구간이 개통된 9월 18일은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에 흔적도 없이 지워질 판이다.

이 소식을 듣고 3년 전 이맘때 인천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14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이 떠올랐다. 필자는 그 현장에 있었다. 개막식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 개최지 인천의 역사적 발자취를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다. 불굴의 개척 정신으로 인천에 당도해 '미추홀'이란 나라를 세웠던 이주민의 선구자 비류와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의 정신적 가치로 승화한 '효'의 상징 '심청'이 동시에 등장했다. 가슴 뭉클했고 벅찼다.

감동은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제복 차림의 사람들이 등장해 군무를 췄다. 그들은 개항기의 철도원과 집배원이었다. 인천을 통해 들어와 '한국 근대화'의 씨앗이 된 철도, 우편, 등대, 전화 등을 형상화한 무대였다. 인천의 역사와 공간 그리고 사건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표현한 연출이었지만 감동적인 서사는 고사하고 특별한 문맥 없이 그냥 이어 붙인 느낌이었다. 인천의 최초이면 대한민국의 최초라는 자부심을 강조할 의도인 듯 했다.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의 테마로는 너무 궁색했다. '아시안게임 맞나? 아니면 한국판 전국 운동회인가.' 실제로 당시 중국의 한 언론이 쏟아낸 빈정 투의 비판이었다.

9월 18일을 철도의 날로 정한 때는 1964년부터다. 철도의 날이 정식으로 지정되기 이전 일제강점기는 물론 광복 후에도 철도를 개통한 날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는 다양하게 열렸다. 이제 '9월 18일'이 사라지면 인천이 철도의 시발지라는 의미도 퇴색될 우려가 있다. 철도는 '한국 최초(最初) 인천 최고(最古)'의 소재 중 단연 으뜸이다. 인천의 최고 최초 중 '일제'의 틀에 자유로운 게 몇 개나 될까.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조차 이를 테마로 한 개막식은 쉽지 않겠다. 이참에 최고 최초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스토리텔링의 확장성과 관광 소재의 다양성 면에서는 그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한국 최고 인천 최초'가 지역의 대표 정체성으로는 분명 부족하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