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사회2부 성남담당 부장
의식주(衣食住)는 옷과 음식,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인간이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학생들 교복(校服)을 무상으로 주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시의회는 예산 및 조례안 의결권을 행사하며 집행부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찬민 용인시장이 지난달 22일 성남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무상교복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정 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몸 담고 있는 정당이 다른 시장들이 무상교복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그래서 두 시장의 만남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이 시장은 지난해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무상교복 지원사업을 올해부터 고교 신입생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정 시장은 중·고교 무상교복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시장은 이날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무상교복 사업을 추진하는 데 시장이 어느 정당 소속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 시장은 "기본소득까지 논의되는 마당에 무상교복은 우선해 시행할 교육복지 정책 중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성남시 고교 무상교복 사업은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한국당과 야당이 잇따라 반대해 표류하고 있다. 성남시 고교 무상교복 사업비는 30억8300만원이다, 시의회는 이 가운데 저소득층 학생 600명분만 통과시키고 29억890만원을 삭감했다. 29억890만원은 2017년도 성남시 일반회계예산 1조7094억원의 0.17%에 불과한 수치다. 성남시는 2017년도 4회 추경예산안에 삭감된 고교 무상교복 지원사업비를 반영하고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반대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고교 무상교복 사업비를 다루자"며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입장 변화로 읽힌다. 용인시도 내년부터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무상교복 지원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8월 관련 조례안 입법예고에 이어 10월 시의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용인시 중·고교 무상교복 사업도 시의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정당인데 말이다.
민주당 등은 무상교복사업을 승인해 주는 대신 무상급식을 수용해 달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패키지 딜'이다. 이것이 반대를 위한 명분찾기라면 곤란하다. 용인시 중·고교 무상교복 사업비는 68억원이다. 이는 2017년도 용인시 일반회계 예산 1조8278억원의 0.37%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처럼 성남시와 용인시의 무상교복사업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재정을 아껴 만든 적은 예산으로 국가가 해야 할 교육 복지를 무상교복을 통해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파나 이념으로 접근하면 무상교복 문제를 풀 수 없다. 또 '묻지마 반대'는 자치단체장의 정책에 대한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