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남분교·문희 소나무·큰마을 등…
영화 '섬마을 선생님' 자취 고스란히
썰물 때만 3~5시간 나타나는 '풀등'
사막 같은 물결무늬 모래사장 '장관'
▲ 대이작도를 찾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선착장의 모습. 이곳이 영화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임을 알 수 있다.
▲ 영화 '섬마을 선생님'이 촬영된 계남분교 운동장 한켠에 세워진 영화촬영지 기념비.
▲ 관광객이 풀등의 하얀 모래 벌판 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이작도는 산과 바다, 풀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다.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특히 바다 위 신비의 모래섬 '풀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풀등은 은빛 모래알의 눈부신 하얀 모래섬이 사막처럼 펼쳐진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에만 거대한 자태를 드러내면서 그 신비로움을 뽐낸다. 대이작도 해변은 유난히 부드러운 모래알 백사장과 파란 바닷물이 특징이다.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갯벌체험과 바다낚시, 트레킹 등 다채로운 체험거리도 많다. 부아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석양이 일품이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질 때면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화의 고향 "섬마을 선생님"
여객선이 대이작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첫 눈에 들어온다. 이 섬을 알리는 홍보간판 문구다.

'섬마을 선생(김기덕 감독, 1967년)'은 당대 최고 인기 배우인 오영일, 문희, 김희갑 등이 출연한 영화다.
외딴 섬마을에 교사로 온 총각 선생과 섬 처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크게 유행했던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촬영지가 이곳 대이작도 계남분교, 문희 소나무, 큰마을 등이다.

낙도에 부임한 총각선생이 몸담았던 그 때 그 계남분교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학교 운동장 한쪽에 세워진 영화촬영지 기념비와 함께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에서 갓돌을 넘긴 아역 배우로 등장한 동네 꼬마 등 영화에 엑스트라로 참여했던 어린이들이 50대 중년으로 성장, 이곳 대이작도를 지키고 있다.

대이작도는 산과 바다, 풀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남서쪽으로 44㎞ 떨어진 서해바다에 있다. 행정구역은 인천시옹진군 자월면에 속한다. 섬의 크기에 따라 지척에 있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로 구분한다.

대이작도는 간조때만 얼굴을 보여주는 신비한 모래섬 '풀등'과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령 암석같은 소중한 자연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해안선 길이는 18㎞에 면적은 2.57㎢이다. 대이작도에는 큰마을, 장골마을, 계남마을 등 3개의 마을에 주민 200여명이 살고 있다.

#생명을 품은 모래섬 '풀등'
대이작도는 밀물 때 바닷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 나타나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으로 유명하다.

썰물이면 3~5시간 보였다가 밀물이 들면 이내 사라지는 섬(하벌천퇴)을 말한다. 풀등은 사승봉도에서 소이작도까지 길이 3.6㎞, 폭 1.2㎞에 이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물결과 바람에 따라 날마다 다른 모양과 넓이를 드러낸다.

모래 위에 풀이 자란다고 해서 '풀등', 고래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고래등', 갈치새끼인 '풀치' 떼들이 푸른 바다를 길게 휘저어가는 모양새라고 해서 '풀치' 등으로 불린다.

풀등에 들어가려면 작은 풀안 해안에서 6인승 배를 타고 5분여 정도 타고 가면 도착한다. 배는 간조 전후 1~2시간 동안만 운행한다. 풀등에서는 넓은 모래사장에 물결무늬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모래사막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크기에 새삼 놀라게 된다.

풀등은 뭍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다. 신발을 벗어놓고 해풍을 맞으며, 맨발로 걷으면 부드러운 모래와 따뜻한 바닷물의 촉감이 발가락 사이로 전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풀등은 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거대한 조화이다. 바람과 파도에 밀려 온 모래가 수 천년을 켜켜이 쌓이고 쌓여 바다 한 가운데 만들어진 것이다.

풀등에 쌓인 모래는 파도를 막아 해양생물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처를 제공하고 바다 새들에게는 쉬어가는 휴식처를 제공한다. 바다 한 가운데 풀등은 파랑에너지를 감소시켜 태풍이나 해일 같은 외부의 힘을 차단하고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천연방파제이다.

그러나 인근 바다의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로 풀등의 면적과 높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위성영상을 활영해 산출한 풀등의 면적은 2008년에서 2010년까지 약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등이 줄어든 것은 무분별한 해사 채취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래채취 같은 인위적인 요인 때문이든지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 때문이든지 해양생태계와 해안침식 등 바다생명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작도의 역사
고려시대부터 해안 방어의 최전선이었다. 고려 말부터 군마를 사육하고 조선 태종 때 국영목장으로 지정돼 군마를 관리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에 속했으나 이후 고구려, 신라의 한강유역 점령에 따라 소속이 바뀌고 고려·조선시대 삼남지방(충청, 전라, 경상도)에서 송도, 한양으로 운송하던 세곡선과 어선, 무역선 등을 왜구·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고려 때 수군진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작도 명칭 유래
이작도라는 마을 명칭은 조선시대 때 세곡선의 세곡을 약탈하던 해적들이 은적한 섬에서 유래됐다고 하나 현재는 범죄없는 마을로 정해질 정도로 평화로운 섬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탄압을 피해 피난 왔던 난민이 은거해 해적활동을 했다고 해서 해적이 은거한 섬, '대이적'으로 부르다가 지금은 '대이작'으로 부른다는 전설이다. 서남해의 여러 섬처럼 고려 말에는 이작도가 왜구의 거점이었던 까닭이다. <고려사> '변광수 전'에 "고려 말 왜구들이 이 섬을 점거하고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세곡선을 약탈하던 근거지라고 해서 이적(夷賊) 또는 이적(二賊)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해양생태계보전지역
대이작도는 모래갯벌, 바위해안, 풀등(하벌천퇴) 등 뛰어난 자연·지형경관을 자랑한다. 넙치, 가지미, 피조개, 대맛 등 다양한 수산자원·저서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2003년 주변 해역 55.7㎢를 해양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대이작도를 포함해 소이작도, 승봉도, 사승봉도와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는 드넓은 모래섬 '풀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작도에는 갯바위 낚시터가 산재해 있고, 자연산 굴이 많이 생산되며, 야생흑염소가 서식하고 있다. 또 그물무늬금게·피조개·대맛·떡조개·큰구슬우렁이 등이 서식하고, 붉은노랑상사화·노뤼귀·초종용·분꽃나무·윤판나물 등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여자의 산 '부아산'
여자의 산이라고 부르는 부아산(159m) 정상에 오르면 정상 전망대에서 남서쪽 바다를 보면 간조 때만 노출되는 커다란 모래섬 풀등을 관찰 할 수 있다.

이곳 정상에 조선시대의 연락수단의 하나인 봉수대 5개가 있다. 봉수는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를 이용해서 군대의 이동 상황이나 적의 침입에 대한 정보를 중앙에 전해주는 군사용 신호체계다. 부아산 봉수대는 도서지역에 설치돼 있는 연변봉수다. 봉수대는 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상황의 위급에 따라 봉수를 거수했는데 평상시에는 5개 중 1개, 해상에 적선 출현 땐 2개, 적선이 해안에 접근 땐 3개, 적선과 접전 땐 4개, 적이 섬에 상륙 땐 5개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 신호는 남양부(현재 화성시)를 경유해 수도였던 한양의 목면산(지금의 남산)의 봉수대로 전해졌다.

#말목장터(마성)
이 섬은 고려시대부터 말(馬)을 사육하던 곳으로 조선 태종 때 국영목장으로 조선 말까지 군마를 관리한던 곳이다. 말목장터인 마성이 있었는데, 장골 건너쪽 송이산 기슭에 돌로 쌓은 울타리(석성)는 높이가 1m 정도였고, 지명이 '성 건너', '성안'으로 불렸다고 한다. 400년 전 국영목장의 유일한 흔적이었으나 제대로 보존을 못해 사람들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대한민국 최고령 암석(25억1000만년)
대이작도 곳곳에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25억1000만년 전의 최고령암석이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땅이라는 뜻이다. 이곳 암석은 땅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녹을 때 만들어지는 혼성암이다. 지하 약 15~20㎞ 깊이의 고온에서 생성됐으며,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다른 기반암들의 나이인 약 19억년보다 오래됐다. 한반도 대륙의 발달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작도 가는 길
연안부도와 대부도에서 배가 다닌다. 소요시간은 1~2시간 걸린다. 성수기와 주말에는 1일 2회(오전, 오후) 배가 있고, 비수기에는 1일 1회 배가 다닌다. 고려고속훼리(1577-2891)와 대부해운(032-886-7813).
이작도에 민박을 예약하면 민박집에서 차를 가지고 마중나온다. 이작도는 느리게 걷는 여행과 차없는 섬을 지향한다. 탐방길은 좀 멀지만 걸어서 가능한 코스다.


/대이작도=글·사진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