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야구 인생들 2막 열어준 '벤치 위 신사'
▲ 올해 전국대학야구 주말리그에서 16강에 진출한 재능대학교 야구부. /사진제공=재능대


프로 고배·주요 대학 놓친 선수 발굴

창단 4년만에 메이저 학교들과 어깨

"야구 보단 인성 키워야 운동도 잘돼"


지난 7월5일 강원도 횡성 베이스볼 테마파크 제2구장. 연세대와 재능대 야구부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초반 연세대는 10대 3의 점수로 여유롭게 재능대를 따돌리고 있었다. 이때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학야구 강호 연세대가 인천의 전문대 재능대에게 패할 것이라고는….

연장 11회 초 재능대 권순범의 2루타로 한점 차까지 격차가 줄었고 같은 선수의 홈 스틸로 10대 10 동점이 됐다. 12회 초 연세대가 한점을 더 내 다시 앞서가는가 싶었지만 재능대는 12회 말 1사 만루에서 김승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변상권의 2루 땅볼 때 나온 연세대 2루수의 야수 선택으로 끝내기 승리를 이뤘다.

비주류 재능대가 정통 최강팀 연세대를 상대로 우승을 하는 이변 중의 이변이 일어났다. 김상진 감독이 이끄는 인천재능대 야구부는 이날 이후에도 중앙대, 인하대, 성균관대, 고려대 같은 쟁쟁한 4년제 대학팀을 상대로 막상막하 게임을 펼쳐 모두를 놀라게 했다.


▲2군들의 반란
재능대 야구부는 4년 전인 2013년 12월 창단한 신생팀이다. 처음에는 학생 모집도 잘 되지 않았다. 고교 야구부원이라면 첫째 프로야구팀으로의 진출을 원하고 두번째로 대학 야구팀에 진학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이란 연세대, 한양대, 인하대, 고려대, 중앙대 등 야구 전통을 잇고 있는 18개 4년제 메이저 학교들이다.

간혹 전문대에서 야구부를 만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고교생이 원해서 진학하는 건 드물다. 첫번째·두번째 선택지에서 탈락한 선수가 야구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편이다.

재능대 야구부 감독진은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모았다. 실력은 있지만 아쉽게 기록을 내지 못해 좌절한 고교 선수들이 대상이었다. "대학도 못가고 프로도 못간 선수들 중에 야구를 계속 하려는 학생들을 만났어요. 재능대라는 곳도 있다 설명하고 뜻을 함께 하자했죠."

2016년 4월 재능대로 온 김상진 감독은 이 학생들이 유쾌하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오전은 철저하게 야구 이론을 공부하고 오후부터 송도 LNG기지 운동장에서 훈련을 시작하는데, 선수들 모두 밝고 서로 친구같은 분위기였다. "학생들의 야구에 대한 의지와 절박함이 스스로 뭔가를 하게끔 만들더라고요. 강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자율에 맡겼습니다."

점차 눈에 띄는 성적을 내기 시작한 재능대 야구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31개 대학팀 리그전에서 16강에 진출했다. 9월3일 충남 보은에서 연세대와 16강전으로 다시 맞붙고 지난 우승팀인 경성대, 홍익대와도 결전을 앞두고 있다. 인기 없던 전문대 재능대 야구부는 지금 경쟁 선발을 해야 할 정도로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새로운 학원야구의 시작
재능대는 2014년 레저스포츠계열 야구전공학과를 개설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야구관련 전공이다. 재능대 총장과 관계자들은 모든 것의 근간은 이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훈련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던 야구부가 매일 오전 내내 야구의 역사와 투수·야수·포수 이론, 훈련개론을 수학하는 이유다. 야구학과의 필수 이수 과목에는 심리학과 인성교육도 있다. "우리 부원들이 참 바르고 똑 부러집니다. 야구도 야구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뭐든 잘 되더라고요."

4년 동안 개인기를 다지는 일반대학 야구부와 다르게 전문대는 2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인하대에서 28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김상진 감독은 단기간에 선수들의 최대 실력을 뽑을 수 있도록 학생들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수 개인별 특기를 탐색하고 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단점을 보완할 것인가, 장점을 보강할 것인지를 빨리 결정하고 추진합니다. 훈련 방식이 개인마다 다른 이유지요."

맨투맨 체제로 선수를 밀착 육성하는데 학교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능대는 선수 전원 숙소와 학비, 유니폼,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 수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김상진 감독은 학교의 응원만큼 선수들이 마음 놓고 여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꼭 이긴다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합장에 떨어진 우리 선수들의 피땀이 좋은 성적으로 결실을 맺는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글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사진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