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낱말 익히고 춤추기 … 수학 개념은 체험으로 이해
뭉크 '절규'로 호기심 자극 … 배경지식 알면 소통 의지 ↑
▲ <수업이 예술을 만났어요> 서울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북스, 236쪽, 1만5000원
여름방학 기간,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하기엔 미안하고, 그동한 수고했으니 실컷 놀아보라고 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적당히 놀면서 적당히 공부시키는 방법은 뭐 없을까.

<수업이 예술을 만났어요>(커뮤니케이션북스·236쪽)는 창의예술수업, 예술을 활용한 학습에 관련한 책이다. 이 책은 수업을 준비하는 TA(예술가교사)와 교사들의 회의 과정, 실제 이뤄진 수업의 진행 과정, TA와 교사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예술수업'을 설명하고 있다.

결과물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의 땀과, 보이지 않지만 TA와 교사들의 깊은 고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예술로 플러스' 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교과와 결합시킨 국내에 선례가 없는 획기적인 시도로 예술적 접근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증진하고 교과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이 책은 과목 선택은 매우 중요하며 예술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하고, 기존의 교과 과정과도 자연스럽게 접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학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 예술적 접근이 매우 필요하다. 하나의 개념을 다루더라도 아이들이 체험으로 완벽하게 이해하면 더 나은 수학적 사고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생각을 함께 나눠 보는 것에 대한 논의도 담겨 있다. 이를테면 뭉크(Edvard Munch)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등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작가들이나 표현 양식만으로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윤두서, 몬드리안(Mondriaan) 등의 작품을 거론하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게 수십 차례 회의를 통해 학습과정을 심화하고 발전시킨다.

'각각의 작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선생님은 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배경지식을 설명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공장소에 적합한 그림을 그려 꾸미는 공공벽화보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집중해 인간이 가진 표현에의 욕망에서 나아가 소통에의 의지로 확장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그래피티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이것은 이후 아이들 간의 의견과 논거, 토론의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4차시 그래피티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주장하는 법' 중에서)

'아이들은 낱말 카드로 다양한 문장 만들기를 해 보며 동사와 형용사는 낱말의 끝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택한 낱말 카드는 '형용사+동사'의 순서로 문장에 알맞은 어미를 변형해 두 문장으로 만들고, 각 모둠은 자신들이 구성한 문장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지 탐색해 보고 두 가지 움직임을 만들면 된다.'('5차시 낱말을 몸으로 익히고, 춤으로 만들어 보기' 중에서)

이처럼 2009년부터 시작된 서울문화재단의 초등 교과연계 창의예술수업 지원 사업 '예술로 플러스'는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며 확장됐다.

초기엔 '즐거운 생활', '국어' 등의 주요 교과 학습을 예술적 방법론으로 통합, 연구됐지만 2012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과정 협력을 지원하면서부터 창의예술수업은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기존 수업방식과 예술수업 사이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기존의 수업 역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전문가들에 의해 설계됐으며 충분한 성과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로 플러스' 교육방식은 일정부분 성과를 거둬왔다고 이 책은 강변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예술로 플러스> 수업을 도입하고 싶어 하는 교사나 TA를 지망하는 예술가들이라면, 그 어떤 자료보다 상세하게 살아 있는 현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A부터 Z까지, 수업과 예술이 만나는 전 과정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으로 이 책 한 권이면 전반적인 창의예술수업의 설계 과정, 실제 진행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부닥친 문제와 고민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1만5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