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자영업의 상징인 동네 슈퍼마켓들이 존폐 위기로 몰리고 있다. '구멍가게'라는 통칭으로 더 친숙한 이들 전통형태의 소매유통업은 동네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업태였다. 과거 어려운 시기에는 구멍가게를 꾸려 생계터전으로 삼고 자식들을 공부시켰던 서민 자영업이었다. 그러던 것이 유통시장의 현대화와 함께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어제까지 문을 열던 구멍가게가 어느새 대형 유통업체의 체인점으로 변모해 있다. 시장경제의 골격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전국의 모든 구멍가게들이 대기업의 브랜치로 바뀌고 서민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대기업의 임금 노동자들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는 2009년 10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중소 소매업 유통혁신방안의 하나로 나들가게 지원사업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매장면적 300㎡ 이하 동네 슈퍼마켓 중 혁신의지가 있는 소매점주를 선정하여 쇼핑환경, 경영 및 서비스를 현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나들가게'라는 이름은 '정이 있어 내 집같이 드나들 수 있는, 나들이 하고 싶은 가게'라는 뜻으로 붙여졌다. 해당 점포에는 1억원 한도에서 점포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과 나들가게의 브랜드 및 정보화를 위한 간판교체, 전자판매시스템(POS) 기기 및 시스템 설치 등의 지원이 행해졌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POS 프로그램 지원만으로 축소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에도 나들가게들은 갈수록 문을 닫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 편의점의 확장 기세에 밀려서다. 인천지방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인천시내 나들가게는 2016년 말 기준 461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2011년 303개였던 나들가게는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2012년 576개까지 늘어났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30개 정도가 문을 닫는 추세에 들어가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2014년 1308개에서 2015년 1491개, 2016년에는 1600개를 넘어섰다.

시장에서의 큰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인가. 대형마트, 편의점뿐 아니라 다이소 같은 저가형 생활용품 매장까지 가세해 영세상인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토착 골목상권을 되살릴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