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5㎞ 휴전선 횡단 … 14년 만에 빛 보는 내 보물"
2000~2003 철길·도로연결 … 지뢰 제거부터 생생하게 촬영

정권교체로 돌연 사업 중단 "사진만 찍게 해달라" 작업 마쳐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질 것이고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경의선을 말씀하신 겁니다."

사진가 최병관.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리나라 사진가 최초로 전시를 하며 DMZ작가로 알려진 그가 2017년 '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젖힌다. 최 사진가는 남북이 동시에 경의선 철길·도로를 놓기 시작했던 2000년 9월부터 완공한 2003년 10월까지 3년간 공사과정을 촬영했다.

지뢰제거에서부터 민통선지역 노반공사, 비무장지대 철도·도로 공사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현장 전 과정을 담았다. 그 사진을 앞으로 인천일보 지면에 연재한다. 이미 14년 전에 작업이 끝났지만 이제야 그 사진과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남북관계 경색 등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상황 때문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였어요. 6.15정상회담이 열리던 그 해 9월 경의선 복원공사가 시작됐어요. 그렇게 3년 만에 완전하게 길이 열렸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정권이 바뀌면서 다음 정부 때 돌연 사업이 중단된 겁니다."

최 사진가가 경의선 철도복원 사업에 뛰어든 때는 17년 전. 공사과정을 따라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 전시를 열겠다는 계획으로 2000년 9월 18일 카메라를 어깨에 맸다.

"복원공사의 첫 작업은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였습니다. 군인들이 지뢰를 제거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나왔지요. 그런데 사고가 단 한 건도 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육군공병이 새로운 신화를 썼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요."

트럭 수십대 분량의 지뢰를 치운 다음 작업은 지반공사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철도와 도로를 놓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었다. 첫 삽을 뜰 때 모든 공사는 1년안에 끝내기로 계획이 돼 있었다. 그런데 북측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3년이나 걸렸다. 그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북측 물자가 부족하다보니 요구하는 것이 많았어요. 저희는 중장비로 공사를 하는데 북측은 삽과 곡괭이를 써서 공사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공사구간에서는 찢어진 검정고무신, 숟가락, 깨진 그릇, 이불보따리, 녹슨 철모, 탄피, 포탄, 수통, 역에서 사용했던 전화기, 신호등 제어기 등 온갖 전리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2003년 10월, 마침내 끊어졌던 철길이 이어졌고 도로도 새로 놓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과정은 그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최 사진가가 처음 계획한 전시사업은 온데간데 없이 증발한 상태였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추진단 자체가 없어졌거든요. 그렇게 되면서 사실 제 사진작업마저 중단되는 것이었는데 제가 사진만이라도 찍게 해달라고 요청해 하던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모든 사업이 전격 중단됐지만 최 사진가의 작업은 계속 진행됐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것도 깊이 천착하는 그의 성격상 중도하차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의선 복원공사가 완전히 끝났지만 전시는커녕 작품집조차 만들지 못한 채 십수년이 흘렀다. 남북관계가 꽉 막히고 여러 정치적 상황으로 출판이 미뤄졌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15년 12월 통일부의 지원으로 책을 발간할 수 있게 됐다. <경의선 통일의 길을 잇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책엔 비무장지대 생태와 자연환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의 주옥같은 글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518.5㎞에 달한다. 1906년 4월 개통한 이 철도는 한반도의 대동맥 역할을 했으나 6·25전쟁 때인 1951년 6월 부터 운행이 중단된다. 그러던 차에 지난 2003년 마침내 철로가 다시 연결되면서 유라시아까지 연결된 철도망을 확보하게 됐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길이 뚫렸음에도 여전히 철마는 달리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최 사진가는 "결국은 반드시 통일이 될 것"이라며 "경의선이 뚫리면 우리나라의 철도는 유라시아까지 연결이 될 것이고 그럼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최병관(崔秉寬) 은

인천 남동구 산뒤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아오면서 사라져가는 고향풍경을 끊임없이 사진에 담아오고 있다.

특히 1997-1998년까지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만에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155마일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도보로 수차례 횡단하면서 사진작업을 했다.

그 사진들은 2010년 유엔본부 초청으로 '한국의 비무장지대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2004년 일본 동경사진미술관초대전을 비롯해서 국내외 42회의 개인전과 20권의 사진책, 2권의 포토 에세이, 2권의 포토 시집, 1권의 어린이 책을 출간했다.

그 중 2권은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1권은 좋은 어린이책으로 선정됐다. 대통령표창, 외교통상부장관상, 인천광역시 문화상, 인천환경인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1972년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