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을 사랑한다/ 2만5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인천행 지하철에 흔들릴 때마다/ 2만5천 볼트의 사랑과/ 2만5천 볼트의 고독이/ 언제나 내 안에 안개처럼/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 故 이가림 시인의 시 <2만5천 볼트의 사랑>중 일부

 빈자리를 생각한다. 원래부터 비어 있던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는 빈자리. 비게 될 거라 생각 못한 자리. 그런 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내 안에서 충돌한다. 나는 굳이 그 감정들이 어떤 것들인지 헤아리려 들지 않는다. 안개에 둘러싸여 금방 넘칠 것 같은 감정으로 그 빈자리를 보며 견딘다.

이가림 시인이 루게릭으로 투병하다 떠나신지 2년이 흘렀고, 지난 토요일 추모제가 열렸다. 시인을 기억하는 많은 동료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시낭송도, 공연도 모두 시인을 기억하는 지인들이 꾸몄다. 시인의 시가 한 편 한 편 낭송될 때마다, 시인을 기리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마다, 흰 천 자락이 어둠과 빛 속에서 너울 댈 때마다 나는 또 빈자리를 생각했다. '잠들지 못하는 시대의 밤의 증인, 눈 부릅뜬 야경꾼이고 싶었던 시인, 인간과 생명체,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교감했던 시인, 하등하고 비루한 존재에게서 고귀함을 발견했던 시인, 하찮은 행위들도 도외시하지 않았던 시인'이라고 인천작가회의 회장인 신현수 시인은 기억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인을 추억했다.

불문학을 가르치던 교수와 학생으로, 시인이 번역한 번역서를 읽던 학생으로, 시인의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던 독자로, 시인과 밥을 먹었던, 시인과 술을 마셨던, 시인의 노래와 흥을 보았던, 시인의 말투를, 몸짓을, 입성을, 얼굴 표정을, 그림자를,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시인을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빈자리. 되돌려놓을 수 없는 빈자리. 시인은 가고 없는데 시가 남아 남겨진 사람들을 보듬고 위로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슬프다. 어떤 슬픔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긴 하지만 영영 지워지지는 않는다. 지은 지 100년도 더 된 창고건물, 추모제가 열리던, 온통 검은 빛깔인 아트플랫폼 실내에서 빛은 더욱 환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