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왜 천문학에 심혈을 기울었을까" … 조선 천문의기 조망
▲ <서운관의 천문의기> 정기준 경인문화사 614쪽, 4만5000원
실학박물관 실학연구총서 열번째 책

실학박물관은 실학연구총서 열번째 책 <서운관의 천문의기>을 발간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대한민국학술원회원인 정기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서운관의 천문의기>는 조선시대 천문학 연구의 기반암이 되는 기초연구다. 큰 건축물을 지을 때 튼튼한 기반암 위에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연구 분야에서도 기초가 중요하다.

저자인 정기준 명예교수는 전공 분야인 계량경제학의 좌표변환과 투영 이론을 바탕으로 세종 시대의 해시계인 '앙부일구'에서부터 17세기 서양 천문학이 전래된 이후 만들어진 이슬람식 천문의기 '아스트로라브'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천문의기를 색다를 각도로 조망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사학자인 조지프 니덤(Joseph Needham)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에서 조선의 과학을 언급하지 않고는 결코 완성된 한자 문명권 과학사를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운관의 천문기구와 시계(The Hall of Heavenly Records, 1986)'에서는 세종 때의 천문의기를 고찰해 한국 천문학의 가치를 드러냈다. 니덤 이후로 국내에는 조선 천문학의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조선 천문학 중 가장 많이 연구되는 시기가 세종시대다. 우리 역사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일컬어지는 세종 시대의 조선 천문학은 사실상 이슬람 문명 등 세계의 문명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연결성을 무시하고는 세종 대의 천문학은 이해될 수 없다.

이 책은 "세종은 왜 그토록 천문학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종대의 천문학 발전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학문으로서, 천문학의 발전은 곧 국력과 관련된다"

과거 망망대해에서 혹은 오지에서 천문관측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은 최고의 일급비밀이자 국력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미국의 소유물이다. 그러나 무료란 것은 언제나 가장 값비싼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무료로 즐기다가 스위치를 쥐고 있는 측에서 시스템을 꺼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이 위험을 알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인도 등은 많은 돈을 들여, GPS를 대신할 독자적 시스템의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시 말해 시공간의 인식체계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 이것은 과거 현재를 통틀어 국력의 문제인 것이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