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집...그의 삶과 시는 스스로 빛을 낸다
손병걸 시인이 <통증을 켜다>(삶창·141쪽)를 펴 냈다. 그의 시에서 더듬이는 어둠이다. 그는 어둠을 더듬이로 삼아 빛깔들을 분별하며 세상을 읽어낸다. 시각장애인인 까닭이다.
그가 빛을 잃고 어둠을 얻은 것은 20여 년 전이다. 자연히 그의 모든 시공간은 암실이었다. 어둠은 종종 예술을 인화시킨다. 모든 사물과 상황을 소리와 손끝의 감각으로 식별하는 그이지만 그의 눈은 매우 환하다.
손병걸의 삶과 시는 물속에 사는 반딧불이 같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라는 평을 받는다.
'슬픔 한 짐 지고 길을 걷는다./ 가도 가도 도무지 끝이 없다./ 부은 발목을 부여잡고/ 이대로 부서져 내리듯/ 바람에 흩어져도 좋겠다 싶을 때 빗방울 흠뻑 내린다/ 이마에 소금 알갱이들은 젖은 유도블록과 유도블록 사이에 스민다/ 애초에 도착하지 못할 것을 알았으니 발소리는 멈춤 없이 어두울 것이다.'(손병걸), 9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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