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지금 경기도 형편이 꼭 그렇다. 복지 예산 때문이다. 재정수요는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날 것이 빤한데 과연 그 수요를 누가 감당하게 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아서 그렇다. 한마디로 도가 독박을 쓰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인 것이다. 내친 김에 도가 아예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경기복지재단이 분석한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재원은 앞으로 5년간 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소득과 노인, 장애인, 보육 및 양육, 일자리, 주거, 건강 등 8개 분야에 소요되는 예산을 종합한 수치다. 누가 보아도 지방비 부담을 늘려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수치다. 따라서 도의 요구는 한 마디로 지방비 부담을 내려 달라는 것이다. 또 대통령 공약인 만큼 국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인 조건으로 보나 논리로 보아서도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지방은 지난 정권에서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대통령의 공약이행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상당부분이 지방에 떠넘겨졌고, 이로 인해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들까지도 심각한 재정난을 겼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경기도로 하여금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도록 부채질했을 법하다. 특히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누리과정에 투입되는 예산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번 정부는 좀 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새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이미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강력한 지방분권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신임 김부겸 행자부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지방에 유리한 세제개편을 약속하기도 했다. 예측컨대 과거와 같이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지방에 재정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는 시급하다. 이미 약속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들은 제도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정작 중요한 일은 하루 빨리 약속을 제도화 하는 일이다. 지방분권의 강화, 중앙과 지방간의 복지사무의 배분과 재정분담률의 개편 등의 제반 요구들은 단순한 지방의 요구가 아니다. 국민과 시대의 준엄한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