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들어가는 것 구호 방치
고용 심부름센터 직원 조사
30여년간 떨어져 살던 아들을 찾아달라며 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한 80대 할머니가 돌연 대부도 갯벌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인은 '익사'로 추정되나, 이 여성이 숨진 장소 근처에는 심부름센터 직원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사망과의 연관성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심부름센터 직원 A(33)씨를 유기치사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20분쯤 안산시 대부도 구봉도 한 마을에서 B(83·여)씨가 바닷가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10일 오전 9시10분쯤 구봉도 마을 앞 갯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인 9일 밤 B씨는 거주지인 성남에서 A씨와 승용차를 타고 대부도로 온 뒤 홀로 바닷가로 향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오래전 헤어진 아들을 찾기위해 B씨가 고용한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이날 B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차량으로 대부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가 아들을 만나러 미국을 가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며 대부도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고, 대부도로 향하던 길에서 A씨가 "잘 살아라"라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바다로 향하는 B씨에 대한 별다른 조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유기치사)로 긴급체포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도주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경찰에서 "무서워서 그랬다(되돌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가 바닷가로 가는데도 말리는 등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체포해 조사를 벌인 것"이라며 "보강수사를 거쳐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산=안병선 기자 bs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