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한의원장·의학박사
인천에도 봄기운이 완연해 봄꽃축제가 한창이다. 한의학에서 봄은 간의 기운이 왕성한 계절이다. 오관 가운데 간의 상태를 잘 나타내주는 것이 눈인데 진찰실에는 눈이 뻑뻑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비비면 눈이 충혈이 되고 시원치 않아 손이 자주 가면 더욱 가렵고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봄철에 바람이 불면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어떤 사람은 국과 밥의 더운 기운에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안구건조증이라고 하고, 간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한방에서 간은 혈액을 저장하고 근육을 풀어주는 기능이 있어 인체에 피가 필요한 곳에 혈액을 공급해 정상적인 근육 상태를 유지해 준다. 눈, 코, 귀, 입 중에서 눈과 관련이 많다.

특히 밝은 빛을 보게 되면 눈의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져서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하다. 그러나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능력이 떨어져서 신선한 피를 눈 주위 모세혈관에 공급하지 못하고 탁한 피가 고여서 충혈이 된다. 산소가 부족한 피가 순환이 안 되고 고여 있게 되면 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열로 인해 눈 주위의 눈물과 같은 진액이 마르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눈을 많이 사용하면 눈 주위의 근육이 경직되면서 눈에 모여 있는 혈관들이 긴장되고 압박되어 그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며칠 전 50대 후반의 비만 환자가 있었다. 초진에 안충혈, 목디스크,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증상을 갖고 있었는데, 환자의 주된 관심이 체중 감량이라서 어깨와 복부 비만 침치료, 그리고 비만 한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그 환자가 "원장님, 목과 눈이 편해졌어요"라고 좋아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눈이 건조하고 빡빡하면서 아팠던 안구건조증으로 항상 안약을 넣고 지냈는데, 지금은 안약을 중단했다고 한다. 지금은 눈이 촉촉해지고 눈앞에서 날아 다니던 검은 날파리와 거미줄 현상도 없어졌다고 좋아한다.

이 경우는 인체의 눈주위 근육과 신경, 혈관이 목과 어깨와 연결돼 있어, 목 어깨의 뼈와 근육 인대가 경직되거나 그것들의 위치가 변위되면 눈에 혈액 공급을 원활히 해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환자의 경우 어깨를 치료하는 중, 자연히 눈주위 근육이 풀어지고 혈액공급이 정상화됨으로써 안구건조가 치료된 것이다. 또한 비만 한약은 담과 어혈을 풀어주어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약재가 많이 있기 때문에 상승작용을 한 것이다.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안구건조라고 하여 눈만 치료하는 것보다는 그와 연관된 경락을 함께 치료해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눈은 산소가 많이 필요한 기관이다.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세포가 활력을 잃고 심하면 사망하게도 된다.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파나 밝은 모니터 사용, 기운을 상승시켜 눈에 피를 울결케 하는 분노나 고민, 미세먼지, 오랜 시간의 독서 등은 눈을 위해 피해야 한다. 이런 것은 안구건조만 아니라 시력저하,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어원을 보면 눈(目)과 귀(耳)가 밝은 것을 총명(聰明)하다고 한다. 인천일보 독자 여러분들이 세월과 더불어 더욱 총명해지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