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과 함께 5·9 조기 대선의 막이 갑자기 올랐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국민들은 도탄에 빠진 한국사회를 건져낼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한국사회가 갑자기 새로운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적 지혜와 시민적 참여가 함께 해야 가능한 것일 터이다.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탄생한 87년체제를 통해 30년 동안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도 진보하지 못한 정치, 양극화된 '20대 80'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나갈 새로운 변화가 5월9일 대통령 선거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 지난 1987년 이후 지난 30년 간 한국사회는 '20대 80'의 끔찍한 사회로 악화일로였다. 전체 인구 중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해 독점하고, 80%의 인구는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덕이는 나라로 변했다.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20대 80'의 차별과 권력독점이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국민들은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사이에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 예산 파동을 신물이 나게 접했다.

중앙정부가 국민에게 걷은 세금 80%를 독점하고 지방세의 비중은 20%로 제한하면서 중앙권력이 지방정부 사이에 경쟁을 시키고 줄대기를 하는 중앙독점 정치체제는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아니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후퇴시켰던 지방분권 정책을 다시 오늘의 시점에 맞춰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가 간 경쟁에 더해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각 지역이 지역의 특색에 걸맞은 도시비전과 정책을 실천하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방분권을 제도화하는 개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과 공익을 위해서 인천지역에서 대선과제로 제기해야 할 과제들은 또 있다.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조성됐던 남북 화해가 지난 10년 간 악화되면서 한반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북핵 및 사드 배치'로 인해 미·중 간 갈등의 파란을 혹독하게 겪고 있는 현재의 남·북 간 위기를 새정부는 반드시 평화로운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서해5도 및 NLL 인근을 남북평화협력지대'로 조성하는 방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또 풍부한 미래의 해양자원을 갖고 있는 인천 앞바다의 갯벌과 황해 섬에 대한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국립공원 조성 등과 함께 마련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값진 유산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또 인천항을 남북평화와 대중국 교류의 거점항만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고 인천 내항을 국가적 차원의 항만재개발 선도사업으로 추진하는 것 등은 대한민국의 자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인천에는 국가가 나서 책임지고 해결해줘야 할 지역적 난제들이 많다. 영흥유연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한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가 인천지역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구에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송도국제도시 바로 옆에는 대규모 LNG가스기지가, 중동구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 바로 아래로는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가로질러가 주민들의 생활권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과도하게 밀집된 인천지역의 유해 국가시설의 대폭 축소 및 이전, 관리대책이 새정부에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주거약자인 원주민들을 내몰고 투기금융자본만 살찌우는 '박근혜표' 뉴스테이 개발이 전국 25곳 지구 중 인천지역에서 무려 11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새 정부는 뉴스테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공공임대·사회주택 보급을 통해 원주민 재정착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300만 대도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그간 수도 서울의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에 도시의 자족성과 정주성,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불구의 도시로 머물러 있다.

우선 시민들이 수십 년 간 시청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한 공영방송 KBS의 인천방송총국을 국가가 나서 인천시민들에게 만들어줘야 한다. 소외된 '방송주권'과 더불어 서울로 편중된 인천시민들의 '교육주권'과 '문화주권'도 국가가 나서 조성해줘야 마땅하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뀐다고 해서 이 땅의 적폐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듯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희망찬 한국사회가 저절로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후보가 제기된 과제를 공약으로 삼는다고 해서 저절로 국정과제로 실현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가를 개조하는 일 못지않게 일상과 지역을 개혁해나가는 일이다. 인천의 적폐를 청산하고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도시에 대한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실천해나갈 때, 인천이 바뀌고 종국엔 대한민국이 바뀌는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