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인간의 역사는 개인과 집단의 경우를 막론하고 언제나 위기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개인의 행복이라는 것이야 본래 유리잔보다도 위태로운 것이고 어떤 조직, 심지어 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끊임없이 반복하는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법칙에서 예외인 경우가 없다. 아마도 그래서 A.토인비 같은 사람은 인간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압축해서 이해했을 것이다.

요즘 우리의 처지가 무척 난감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 사위(四圍)에 편편한 구석이 없다. 그 속에서 이런 위기를 풀어내야 하는 '국민'이라는 이름의 당사자들은 두 쪽이 나서 불공대천의 원수가 돼가고 있고 이를 조정할 마땅한 지도집단도, 어떤 형태의 권위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총체적, 망국적 위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소동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은 "개혁" "적폐청산" 그리고 "애국"이다. 변화와 애국을 위해 싸우는데 나라가 어떻게 되든 지는 관심이 없고, 서로 "네가 사라져줘야만 이 나라가 산다"라는 것이다. 이런 앞뒤 맞지 않는 주장을 정직하고 이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필자의 눈에는 이 현장이 무언가 속내를 따로 감추고 진행되는 기회와 권력의 독점을 향한 야비하고 파렴치한 분탕질 이상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이러한 현장 인식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살아야 하니까. 앞으로도 별 수 없이 자식들과 이 땅,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니까",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 원래 인간의 역사가 그런 것이라고. 날이 밝기 전에 하늘은 가장 어두운 법이고, 궁하면 통하게 마련이다.

중국의 사드 몽니는 정말로 그렇게 무시무시한 것일까. 중국은 15억의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나라다. 그것도 이제 막 입맛이 든 대량소비의 패턴을 고르게 확산시키면서….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15억의 분열을 막아낼 수 있는 통치기술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전 세계의 자원 확보를 위해 그들에게 세계적 군사패권국가의 목표는 당연한 것이 되고 미·일과의 경쟁에서 북한은 양보할 수 없는 전위적 동맹이 된다. 전 세계의 이 분야 전문가들과 언론이 이미 오래 전부터 예측하고 경고해온 사실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중·미·일의 패권경쟁과 이를 이용하는 김정은의 정권적 위기라는 구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을 달래며 끼고 가야하는 중국이 그를 위해 찾아내야 하는 대한민국의 약점이 어찌 사드밖에 없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참에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닌가. 어차피 우리 경제는 이제 이 정도에서 '중국 리스크'를 대비하고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었던 것이 아닌가. 오히려 늦기는 했지만 이쯤에서 아세안과 인도, 중앙아시아와 몽골, 가능한 한 러시아까지 경제적, 군사적 관계를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 '유커(游客)'에 목매지 말고 전 세계를 향해서 과감히 완전 여행개방(NO-VISA)국가를 선언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와서 살 능력 있는 모든 이들에게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 그들의 힘으로 식량자급능력을 회복해야 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한민족의 문화와 사상을 기반에 둔 다민족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를 위해 늘 돈이 문제라고 하지만, 찾아보자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에는 수백 조 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항상 헤매고 있고 아예 시중의 유통에서 마늘밭, 지하실, 장롱으로 사라져버린 매장(埋葬)자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을 화폐개혁 등을 통해 국가발전기금 채권 등으로 상환해 양성화한다면 전략적 재정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재정으로 아세안 등 진출 기업을 지원하고 메디컬 나노 로봇, 탄산가스 포집, 배터리, 무인자동차의 주행시스템 등등 우리 기술계가 이미 실험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최신기술들의 산업화를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어떤 분야의 대형 장치들도 우리의 최고급 부품을 장착하지 않고서는 최고가 될 수 없는 소형 고기술 부품 산업국가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또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1년에 대학문을 나서는 50만명 중에 매년 10만명씩만 뽑아 1년 장학금 2000만원씩을 품에 안겨 중·남미, 아세안, 인도,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로 국비 유학을 보내 보자. 최대 일 년 예산 8조원이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10년 후면 전 세계에 포진한 그들보다 우리에게 더 소중한 국력이 따로 있을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정치이고, 대한민국보다는 그 밖의 가치를 더욱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