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 '반한감정' 체감...순수한 승객 4명뿐 '썰렁'
▲ 19일 중국 톈진(天津)항을 출발해 20일 오후 인천항으로 향하던 한·중 카페리 톈렌 호의 3등석 객실이 텅 비어 있다.
"개점휴업이 아니라 문 닫게 생겼습니다."

텅 비었다.

평소 중국 단체관광객으로 만선이던 한·중 카페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겨우 화물로 수지를 맞추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한 분위기에 언제 꺾일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19일 오전 11시 중국 톈진(天津) 국제크루즈부두를 출항해 20일 오후 2시30분 인천항 제2여객터미널에 입항한 진천국제객화항운 소속 톈렌(Tian Ren)호에는 여객 정원 800명 중 딱 11명이 탔다. 승객 상당수가 배 안에서 화장품과 주류·담배, 매점을 운영하는 매장임대자들이고, 순수한 승객은 4명에 불과했다. 한국인 3명, 중국인 1명으로 한국인 1명은 한국에 귀화한 조선족이고 중국인 탑승자와는 자매이다. 선원 66명이 승객 없는 톈렌호를 지켰다.

승객 석 모(51·여) 씨는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거주하다 서울로 이사를 하기 위해 카페리를 탔다"며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만큼이나 배가 텅 비어 있으니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평소 중국 단체관광객들로 꽉 차던 톈진 국제크루즈부두은 썰렁했다.

중국은 지난 15일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한한령(限韓令)을 내렸고, 한국 관광을 원천 봉쇄했다. 유커(遊客·중국 단체 관광객)는 커녕 산커(散客·중국 개별 관광객)도 사라졌다. 중국 여행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한국 관광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개별로 한국 관광을 준비했던 중국인들도 당국이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6·7면>

불과 수 년 전 최신 시설로 톈진항에 건설된 국제크루즈터미널에는 해관 직원과 관계자들만 관광객 없는 터미널을 지키고 있고, 널찍한 주차장 역시 텅 비어 있었다.

인근 빈하이신구(濱海新區)에서 톈진크루즈터미널로 이동 중 만난 중국 택시기사는 "사드 여파로 크루즈터미널 이용객이 사라졌다"며 "톈진크루즈터미널을 찾는 손님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톈렌호는 중국 단체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지난 15일 인천항에 정박한 이 배엔 승객만 516명을 태웠다. 그러나 불과 이틀 후인 17일엔 달랑 2명이 탑승했다.

진천해운은 "3월은 중국 관광객이 '0명'이고, 다음달 역시 한 명의 중국 관광객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월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중국 여행사에서 한국 관광객을 아예 모집하지 않고 있다"며 "5월에도 중국 관광객이 전무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톈렌호엔 206TEU의 컨테이너가 실렸다. 평소보다 약 15% 많은 양으로, 21일 톈진으로 출항할 땐 142TEU가 선적될 예정이다.

톈렌호의 화장품, 담배, 술, 매점 등 매장은 당분간 문을 닫을 계획이다. "손님이 없는데 매장 문 열어서 뭐하겠냐"며 이날 배에서 내려 당분간 한국에 거주할 뜻을 비췄다. 배 안의 편의시설은 운영을 하지 않고, 매장도 문을 닫았다.

/톈렌 호=글·사진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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