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숙 인천남구 명칭 변경 반대 추진위원장
요즘 이름 바꾸기가 유행이다. 이른바 비선실세 홍역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최순실도 최서원의 개명 전 이름이다. 개명의 이유야 개인이나 조직 저마다 다양하지만 보통의 경우 이름을 바꾸는 데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인천 남구는 구 행정명칭 변경에 힘쓰고 있다. 구는 지난해 5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명칭변경에 관한 찬반여론을 조사했다. 그러나 주민의 54.5%가 이름 변경 반대, 38.7%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조사기관을 바꾸어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해 원하는 답을 얻었다.

인천 남구가 명칭변경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홍보물은 구민의 수준을 폄하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수천만 원의 구민 혈세로 만든 홍보영상은 남구청 직원이 택시를 타고 남구청으로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남구하고 남동구가 너무 비슷해서 남동구청으로 갔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이 담겨있다.

구명 변경에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문제다. 인천 남구 구명 변경에 행정비용 약 25억원, 주민비용 약 40억원 소요가 예상된다. 당장 각종 도로이정표를 바꿔야 한다. 도로명 주소 변경으로 아직까지 불편을 겪는 구민들이 많은데 구명까지 바꾼다면 더 큰 불편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교과서, 관광안내도는 물론이거니와 남구의 수많은 상가 주소, 안내간판도 바뀌어야 한다. 관공서야 혈세로 간판을 교체하겠지만 영세상인과 구민들은 구 명칭 변경으로 입는 피해를 고스란히 혈세로 떠안게 된다.

구 명칭 변경 시 남구 내 지역갈등 역시 심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남구가 문학구로 바뀐다고 생각해보자. 당장 숭의동에 있는 남구청사를 문학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민원이 빗발칠 것이다. 따라서 구 명칭 변경으로 지역 구민 간의 원성이 높아지고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박우섭 남구청장은 신년사에서 구 명칭을 바꾸어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해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구 명칭 변경 공모결과에서 가장 많이 추천받은 문학이라는 이름도 정체성이 애매한 이름이다. 문학산 이름은 1458년 발간된 <세종실록지리지>, 1530년에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모두 '남산'과 '남산 고성'으로 기록돼 있다. 다른 공모 추천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겉포장만 바꾼다고 해서 내용물이 바뀌지 않는다. 남구에 당장 필요한 것은 구 명칭 변경이 아닌 낙후된 구도심 재건 사업과 일자리 창출, 복지사각지대 해소다. 시급한 현안은 외면한 채 구 명칭 변경을 위해 통반장과 주민자치위원, 관변단체 등을 이용해 포장 바꾸기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애꿎은 이름 탓을 할 때가 아니다.

남구 행정명칭 변경이 묵인된다면 선거로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구 명칭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 어느 실력자의 취향 때문에 구 명칭을 독선적으로 바꾸어서도 안 된다. 반세기를 지켜온 '남구' 이름은 남구 주민들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남구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로부터 고향 남구의 정체성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섣부른 변경보다 인천 남구 구 명칭의 가치를 부여해 가장 오래된 구 명칭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를 고대한다. 나에게 내 고향 남구는 자랑스러운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