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상희씨 작은 문화박물관 개관 … 40년간 명화·음반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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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기독병원 옆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문화 박물관이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엔 명화 DVD 4500장, 현대미술 원서 400권, 클래식 음반 4000장 등이 빼곡히 차 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은 물론 독서 테이블, 영화감상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소설가 한상희(63·사진)씨는 지난 40여년간 모은 애장품으로 문화 소통공간 '추상'을 열었다.

어릴 적부터 미술과 고전음악, 러시아 문학 등을 좋아한 한 씨는 미술사학자를 꿈 꿨다. 영문학을 전공한 이유 역시 서양미술사학자가 되려면 영어 실력이 기본이자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익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던 그는 사정상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1979년부터 2003년까지 재외공관으로 근무하며 시간 날 때 마다 유럽과 미주지역의 미술관과 전시장을 돌아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매주 서울 인사동을 비롯한 전국의 전시장을 빠짐없이 다니며 문학과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던 2012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세계를 다룬 <겨울날의 환상 속에서>를 통해 소설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칼라스의 영욕>, <순사>, <그을린 풍차>, <흑해의 진주> 등 소설 10권과 문화·예술 전문서 4권을 썼다.

"귀소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늘 마음 한 구석에 인천에 대한 향수가 있었어요."

초·중·고등학교를 인천에서 나온 그는 24년의 해외 생활 동안 늘 인천을 그리워했다.

특히 동인천 일대가 인천의 중심 번화가였던 시절을 상상하며 지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예전엔 별 음악 감상실도 있고 문화적으로 발전한 동네였는데 와서 보니 삭막 그 자체더라고요. 실망했죠." 그가 '추상'을 마련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 공간이 '동인천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제 청춘이 깃든 '추상'에서 영화로 대화하고 음악으로 소통하며 미술로 하나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