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윤 인천시 북구도서관 평생교육사
올해도 어김없이 야심찬 마음으로 달력의 첫 페이지 앞에 서 있다. 한 해 달력의 첫 장을 펼쳐보는 이 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 올해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새해 다짐을 세워보곤 한다. 금연, 결혼, 독서, 운동… 다양한 새해 다짐에 빠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자기 계발'과 '학습'이다. 나 역시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시간이 없어서, 비용이 많이 들어서, 날이 추워서 등 작심삼일로 끝내고 말았던 반성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하지만 우리도서관에는 자신의 다짐을 늘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바로 한글을 배우는 학습자들이다. 일 년 중 한파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여 일을 빼고는 공부하러 거의 매일 나오시는데 한글, 기초수학, 기초영어반 학습자를 포함하면 100명 정도 된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고, 쓰고, 셈하기가 불가능한 비문해 성인인구는 약 6.4%(264만여 명)으로 추정하며(국가평생교육진흥원, 2014) 인천의 중학수준 미만 저학력 성인 인구는 20세 이상 전체 인구의 12.7%(25만2864명)로 파악하고 있다(통계청, 2010). 이제 문자해득은 단순히 글을 읽거나 쓰고, 셈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복잡해진 사회에 적응하고 문화를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능력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과거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을 비문해라고 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면 비문해라는 의미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보다 다양한 문자해득교육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2007년 평생교육법 개정으로 국가의 문해교육 진흥을 명시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형태를 구축했다. 비문해·저학력 성인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문해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문해교육 전문 교원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초·중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전국 6329명의 학습자가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력을 인정을 받았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2016).

인천시교육청은 2013년 시범 운영을 시작해 지난해 처음으로 초등학력 인정을 받은 4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지정·운영한다. 북구도서관을 비롯해 인천시평생학습관, 중앙도서관, 부평도서관, 주안도서관, 계양도서관 6개 기관에서 진행한다.

초등학력을 지니지 못한 만 18세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하며, 1~3단계의 교육과정으로 일주일에 2~3회, 연 40주, 총 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지정된 기관 중 도서관은 올해 1단계 진행 후 연차적으로 이후 단계(2, 3단계)를 운영할 예정이며, 인천시평생학습관은 1~3단계 매년 동시에 진행한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시교육청의 학력충족여부를 심사받아 초등학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제 우리 지역에서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만큼 앞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길 기대한다.

우리도서관 한글 수업이 있는 날 아침, 출근하려고 들어서면 벌써 강의실에 3분의 1의 학습자가 와 계신다. 10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오셔서 숙제도 하고 차도 마시며 아침을 일찍 시작하신다. 이분들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5년 이상 우리도서관 한글 초급을 배우기 시작해 중급, 고급 과정을 순차적으로 수강하거나 동일한 과정을 반복해서 참여하고 있다. 또는 다른 기관에서 유사한 한글 수업을 듣다가 옮겨 온 경우도 있다. 이제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화된 문해교과서를 바탕으로 단계별 학습을 통해 학력인정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학력인정을 원하지 않는 학습자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습자 중에는 매일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삶의 낙이고, 동년배를 만나는 기쁨으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학력 취득 이후 더 이상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이후 중학교 과정으로 진입해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학력인정이라는 목적의식이 없다면 과목이 늘어나고 복잡해지는 교과내용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다. 학력인정은 인정대로 가더라도, 잃어버린 학창시절의 그리움과 못 배운 지난날의 서러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기존의 문해교육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다양한 체험과 다른 분야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내고 계속해서 학습이 지속되도록 도와야 한다.

문해교육은 중요하다. 단지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아는 차원에서 나아가 생애능력 향상, 자신과 타인의 이해,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로 통하는 열린 창을 만들어준다. 지난 한글 과정 시화전시에 누군가 붙여놓은 꽃 한 송이 옆 작은 메모에 '우리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적힌 문구를 본 적 있다. 자신의 꿈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이들, 이제 막 펼친 분들을 우리는 찾고 응원해야 한다. 늦지 않았다. 꿈이 있다면, 꿈을 꾸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