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나는 찐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었고 / 너는 찐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었다 // 너도 나처럼 소금에 찍어 먹을 줄로 / 나는 알았고 / 나도 너처럼 설탕에 찍어 먹을 줄로 / 너는 알았다 // 우리는 찐 감자를 먹었다' - 허은희 시인의 시 <그것뿐이다>

우리는 자주 '틀리다'와 '다르다'를 잘못 혼동해서 쓴다. "같은 형제인데 왜 저렇게 성격이 틀리지?", "접시가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보면 다 틀려.", "아들이라는데 아버지하고 얼굴이 많이 틀리네" 식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잘못 쓰는 것이 아니다. '다르다'를 써야 할 곳에 '틀리다'를 쓰는 경우는 많아도 '틀리다'를 써야 할 곳에 '다르다'를 쓰는 경우는 못 봤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않을 때, '틀리다'가 셈이나 사실 따위가 잘못 됐을 때 많이 쓰인다. '다르다'는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가, '틀리다'에는 나는 옳고 너는 아니다의 자세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르다고 써야 할 곳에 틀리다를 쓰고 있는 것일까. 혹시 어려서부터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경쟁 사회에서 살다보니,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상대방을 누르고 올라서려고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밴 사회적 습관은 아닐까.

위의 시는 간결하다. 찐 감자를 먹는데 나는 소금을 찍어먹고, 너는 설탕을 찍어먹는다. 너도 나처럼 소금을 찍어먹을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이다. 이 시의 열쇠는 '그것뿐이다'라는 제목이 쥐고 있다. 너와 내가 같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알게 되고 시적 화자는 애써 그것뿐이라고 말한다.

시의 정서상 그 차이가 결코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상대방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고, 습성을 존중해주고, 다만 나와 조금 다름을 인정한다면 시 속의 너와 나의 유대는 공고해질 것이다. 틀리다고 언성을 높이기보다 상대가 왜 저런 말과 행위를 할까 생각해보는 마음,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회 정서가 아닐까. 더 삭막해지기 전에 말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