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우리나라 사진 시작돼...이젠 국제무대서 경쟁해야"
▲ 조건수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40년 전 입문·뉴욕 유학 후 줄곧 인천서 작업 활동 … "흑백사진이 더 깊이 있다"

사진을 흔히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한다. 조건수(65) 신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진철학이다. 최근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에 선출된 조 이사장은 2월 26일 취임식을 갖고, 3년 간 한국 사진계를 이끌어갈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인천사람의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취임은 이명복 전 이사장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조 이사장을 만나 차를 나누었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전국 130개 지부에 회원 1만여 명을 거느린, 우리나라 최대 사진조직이다.

"한국사진은 앞으로 세계무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FTA로 우리나라 사진시장이 개방되는데 이를 위기보다는 기회로 봐야 한다는 얘기죠."

조 이사장은 "협회 회원들이 외국에서 열리는 사진대회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회가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진은 양적팽창은 성공했지만, 질적으로는 미흡합니다. 우리끼리 경쟁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외국과 경쟁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한국사진계의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그는 한국사진의 아카이브 구축, 광고 원고의 국내수급 시스템 확보, 성숙한 사진문화의 정착을 제시했다.

"국제적 발표공간을 포함해 전시공간의 확보가 필요하구요. 사진평론 분야도 강화해야 합니다."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성장한다. 조 이사장은 회원들이 세계무대로 진출해야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을 미술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지금 미술의 개념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오브제, 영상 등이 모두 미술의 범주에 포함됐지요. 사진 역시 미술의 큰 틀로 들어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진 후반작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진을 보정하는 포토샵 프로그램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제 생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원본과 보정 뒤의 사진 모두가 각각의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머지않아 포토샵 관련한 분야가 독립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는 포토샵에 대해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 어느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이 사진에 처음 입문한 때는 40년 전. 대학 시절 사진동아리가 계기가 돼 시작한 사진은 '뉴욕사진대학' 유학으로 이어졌고, 이후 줄곧 인천에서 사진작업을 해 왔다. 83년 인천사진가협회 회원이 된 뒤 연구를 하며 여러 단체에서 사진강의를 하며 사진외길인생을 걸어온다. 그가 길러낸 제자만 전국적으로 300명이 넘는다.

그는 특히 흑백사진에 천착해 왔다. 사진의 깊이는 흑백이 더 있기 때문이다. 조 이사장은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개항하면서 인천으로 들어왔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진에 찍힌 사람은 강화도 사람이었지요."

그 때문인지 인천엔 유명한 전국사진대회가 많다.

"임해사진촬영대회는 1957년 시작했습니다. 미군이 진주했을 때 팔미도에서 시작했지요. 세미누드 촬영대회와 제물포사진대전도 인천의 대표적 사진대전이지요. 인천은 사진이 시작된 곳인 만큼 인천출신이 저 역시 인천을 대표해, 우리나라를 대표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김진국·사진 양진수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