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한무대 '능허대, 바다를 품다' … 7~11일 문학시어터
기암전설 속 근초고왕 아들 태자 수와 기녀의 사랑 창작극
인천의 향토극단 한무대가 연수구 능허대에 전해지는 기생바위(妓巖) 전설을 토대로 연극 '능허대, 바다(海)를 품다'를 제작, 상연한다.

옥련동에 있는 능허대(인천시 기념물 제8호)는 근초고왕 27년(372)부터 개로왕 21년(475) 옹진으로 도읍을 옮기기까지 100여년간 백제의 사신들이 중국을 왕래할 때 사용했던 나루터이다. 인천부읍지에도 고구려 때문에 길이 막히자 능허대에서 바다를 건너 중국 산동의 동래주로 오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곳에 당시 대진에서 출발한 배가 능허대에서 잠시 머물 때 중국으로 향하던 사신과 함께 있던 기녀가 정인과의 이별을 차마 견디지 못하고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극단 한무대의 작품 '능허대 바다(海)를 품다'(진윤영 작)는 바로 이 기암전설을 모티브로 해 만든 창작극으로, 2013년 뮤지컬로 재구성됐다가 이번에 다시 정통서사극으로 형태를 다듬어 탄생했다.

주인공은 근초고왕의 아들 태자 수, 사절단을 이끌고 동진으로 떠나던 중 쏟아지는 비에 잠시 능허대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기녀 송화와 사랑에 빠진 태자는 돌아오는 길에 재회를 약속하지만, 귀국길은 예상보다 험난했고, 또 나라의 안팎 사정이 좋지 않아 그를 추스르느라 세월을 보내고 만다. 이윽고 왕위에 오른 태자는 겨우 그녀를 찾아오지만 그녀는 이미 기다림에 지쳐 바위에 몸을 던지고 난 뒤 태자는 백성들을 위한 성군이 되겠노라며 비장한 맹세를 하며 막을 내린다.

예술 감독을 맡은 원로연극인 윤조병씨는 "처음 대본을 받아 들고, 이 가련한 러브스토리의 이면에 깔려 있는 백제라는 역사가 가진 소통의 치적을 찾고, 호상화찬 정치를 찾고, 역사의 침묵에서 천년의 미소를 찾아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백제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무대는 자칫 지루하기 쉬운 서사극의 단점을 최대한 배제, 빠른 템포의 강렬한 액션과 재치있는 코러스, 이중무대 등의 다양한 연극적 기법 위에 가련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연령을 초월하여 전가족이 함께 보기에 부족하지 않은 명품극을 완성해냈다.

'능허대 바다(海)를 품다'는 인천문학경기장 야구장 지하에 위치한 문학시어터에서 7~11일 열린다. 전석 2만원, 학생 1만원, 문학시어터 회원 7000원. 032-433-3777.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