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인천대 교육대학원 교수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곧 행하기 어렵다." - '憲問(헌문)'
"먼저 그 말하려는 바를 행하고, 그러한 후에 말이 그 행한 바를 따르는 것이다." - '爲政(위정)'

<論語(논어)>에 기록돼 있는 이 두 구절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일까? <禮記(예기)> '緇衣(치의)'편을 보면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공자가 이르시기를 '먼저 말을 하고 후에 그 말한 바를 행하면, 말한 바는 아름답게 수식될 수 없다. 반면에 먼저 행하고 나아가 그 행한 바를 말하면, 행한 바는 거짓으로 꾸며질 수 없다. 따라서 지도자가 말을 적게 하고 행함으로써 그 믿음을 이루면, 백성들은 부득이하게 지도자의 좋은 일을 중히 여기고, 그의 악한 일은 오히려 가볍게 여기게 된다.'"

지도자가 먼저 말을 하고 그 말한 바를 실천하면 백성들이 그다지 중시하지 않지만, 지도자가 먼저 행동으로 보이고 그 행한 바를 말하면 백성들이 믿고 따르며 나아가 진심으로 섬기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이는 말에 있어서 성실함을 세운다는 것이니, 결국 지도자는 말을 내뱉음에 있어서 함부로 하지 않고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誠(성)이란 무엇인가? 許愼(허신)은 자신의 저서인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誠(정성 성)이란 信(믿을 신)과 같은 뜻이고, 言(말씀 언)에서 뜻을 가져왔으며, 成(이룰 성)에서 소리를 가져온 形聲(형성)문자이다."

誠과 信은 같은 뜻이므로, 허신은 信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信(믿을 신)은 人(사람 인)과 言(말씀 언)이 합쳐져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會意(회의)문자이다."

믿음이란 다름 아닌 사람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된다. 따라서 사람이 일단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므로, '믿음이란 사람이 내뱉은 말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또한 信은 誠과 같은 뜻이 되는데, 주지하다시피 형성문자에 있어서 소리를 담당하는 부분은 때론 의미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誠이란 言을 成하는 것이 바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이제 誠 및 信과 관련해, 다음 <論語> '公冶長(공야장)'편의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재아가 낮잠을 잤다. 공자가 이르시기를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의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 없다. 재아에게 어떠한 벌을 주겠는가?" 공자가 이르시기를 "당초에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있어, 그 말을 들으면 그 행실을 믿었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있어, 그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본다. 재아를 쫓아서 이를 고치게 된 것이다."

이를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제자 중 하나인 재아가 낮잠을 잤다. 이에 공자가 이르시기를 "나는 부단히 노력해야 함과 신뢰를 강조했는데, 그러한 본바탕이 바르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기본이 갖춰지지 못하면 인재가 되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으니, 재아에게 벌을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자가 또 이르시기를 "당초에 나는 다른 사람이 말을 하면 반드시 그가 그대로 실천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 이유는 믿음(信)과 성실함(誠)이 본디 사람이 말하는 것은 모두 믿을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사람이 말을 하면 그가 실천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는데, 바로 재아가 나에게 불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 바탕이 바르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다시 말해서, 기본이 갖춰지지 못하면 인재가 되어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이 되므로, 부단히 노력해야 함과 신뢰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도 공자는 信과 誠을 부각시키고 있으니, 信과 誠이란 본디 사람이 말하는 것은 모두 믿을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옛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던 이유는, 행동이 그 말을 따르지 못할까봐 부끄러워해서이다. '里仁(이인)'"

"혼자 힘으로 흙을 쌓아 산을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 거의 다 완성되어 흙을 담아 나르는 삼태기 하나 분량의 흙만이 모자랄 뿐인데, 만약 거기서 포기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그만두는 것이다. 역시, 혼자 힘으로 흙을 부어서 계곡을 메우려는 사람이 있다. 이제 겨우 흙을 담아 나르는 삼태기 하나 분량의 흙만을 부었을 뿐이지만, 만약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써 노력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앞을 향하여 계속해서 매진하는 것이다.'子罕(자한)'"라고 말했던 공자가 이제 대한민국에게 묻고 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결국에는 모든 양들을 잃고 만 양치기 소년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로 코가 늘어났었지만 뉘우치고 사람으로 재탄생한 피노키오가 될 것인가?" 그 선택 역시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