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이런 박물관이? … 보물찾기 해볼까
▲ 인천 중구 북성동에 위치한 한국 이민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민의 역사가 담긴 전시물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추운날 즐겨볼까, 다양한 박물관]
24곳 등록 … '시립박물관' 가장 오래돼
국제성서·초연다구박물관 이색공간도

갈수록 매서워지는 칼바람에 시민들은 더욱더 어깨를 움츠리고 '집순이'를 자처한다. 그나마 거리에 나온 시민들마저 두꺼운 점퍼로 몸을 감싼 채 귀가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주말에도 거리에는 나뒹구는 낙엽 뿐. 겨울은 이렇게 모두를 웅크리게 한다. 하지만 추위는 추위일 뿐, 그래도 주말은 즐겨야 제 맛. 추운 날씨와 매서운 바람이 싫다면 야외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따뜻한 실내에서 100배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눈을 돌려보자. 인천에는 각 분야의 역사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박물관이 24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각 군·구마다 크고 작은 박물관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을 한 눈에
인천시에 따르면 등록된 박물관은 공립 12곳, 사립 11곳, 대학 1곳 등 총 24곳이다.

개관한 지 70년 된 인천시립박물관이 박물관 중 '맏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이곳에는 인천에서 출토된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유물과 조선시대부터 근대기 인천의 역사와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근대 유물, 시대별 토기, 우현 고유섭 선생의 유품 등 인천이 걸어온 시간들이 함축돼 있다.

서구에 위치한 검단선사박물관은 1999년 인천 서·북부지역의 토지구획정리사업 과정에서 사업지구 내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발굴되면서 보존 차원으로 건립됐다. 검단, 원당, 동양, 불로지구 등에서 발굴된 도토류, 골각류, 금속류, 옥석유리류 등의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청동기시대 집터 및 돌널무덤(석관묘)을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이전 설치했다.

소래·논현 도시개발사업으로 소래지역의 역사와 전통적인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 소래역사관 역시 인천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는 인천개항박물관에는 근대문물과 경인철도 역사, 당시 인천 풍경, 전환국과 금융기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도 6·25 한국전쟁 당시 학업을 접고 참전했던 아버지와 인천 학생들의 활약상을 기리는 인천학생6·25참전관, 김치와 떡 등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한국전통음식박물관 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장소가 인천 곳곳에 가득하다.

▲"엄마, 아빠! 같이 가요!"
추운 겨울 집에서 쉬고싶지만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들을 이길 수 없다. 어딜 갈 지 고민된다면 인천어린이박물관과 옥토끼우주센터를 찾아가보자. 두 곳 모두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관을 운영해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남구 문학경기장 안에 위치한 인천어린이박물관은 서울·인천시교육청에서 현장체험 학습기관으로 공식 지정된 곳이다. 세계 민속 악기를 연주 할 수 있는 지구촌문화탐구 공간부터 다양한 직업 세계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역할놀이, 동굴 속에 들어가 1억년 전 공룡들을 만나는 공룡탐험, 도자기 펜던트와 탈 색칠하는 활동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미술체험실 등이 마련돼 아들 딸 구별없이 인기만점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도심과 약간 떨어진 강화로 가 보자. 옥토끼우주센터는 우주과학박물관과 야외테마공원으로 나뉘어있다. 우주과학박물관은 우주개발의 역사부터 우주왕복선, 화성탐사관, 국제우주정거장 ISS, 달탐험존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사이버인스페이스, 무중력체험, 중력가속도 체험, 2인우주엘리베이터, 미래도시꼬마기차, 코스모프호는 우주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신세계'다. 야외테마공원에는 공룡의 숲, 은하수 유수풀, 물대포 공원, 토끼의 성 등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박물관이 있었어?
국제성서박물관은 남구 주안감리교회 안에 있다. 이곳에는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기가 전시돼 있다. 금속활자기를 이용해 최초로 인쇄한 것이 바로 성경이다. 박물관이 교회 안에 있는 이유이자, 복음의 관문이 인천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셈이다. 이곳에는 각종 성경들과 고대근동문화와 관련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또 금속활자의 제조방법과 양피지 파피루스 제조과정을 소개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과 유럽, 북미, 아시아와 아프리카 권에 있는 희귀한 성경들 역시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유물 중 하나다.

중구 신포로에 있는 초연다구박물관은 외관부터 궁금증을 일으킨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2층 형태를 띠는 이 건물은 다구(茶具·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도구)를 주제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이 건물은 1932년 일본인이 지으면서 건 상량문이 발견됐으며, 해방 이후 적산가옥으로 남아 주택으로 쓰였다. 초연다구박물관은 인천에서 다도(茶道)를 교육하던 박영혜 관장이 2014년 우연히 이 집 앞을 지나가다 발견해 매입했고, 내부를 다시 꾸며 2015년 초 문을 연 공간이다. 전통 다도 문화와 다도 예절, 다양한 종류의 차를 시음할 수 있다. 박물관 뒤뜰에 있는 운치 있는 정원 역시 이곳에 좀 더 머무르게 하는 매력으로 꼽힌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꼭 한번 가보자, 특별한 박물관]
삼릉마을 얘기 듣고, 인천 유일의 국가보물 보고, 그때 그 시절 달동네 향수 느껴봐

▲멈춰버린 부평 삼릉마을 이야기, 부평역사박물관
 부평역사박물관은 11월 23일부터 새해 2월 19일까지 '삼릉, 멈춰버린 시간'이라는 특별전시전을 진행하고 있다.

 부평역과 백운역을 잇는 철길 너머, 좁은 골목 사이로 빼곡하게 들어 선 낡은 집들. 57만명이 살고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지금의 부평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허물어진 벽과 내려앉은 지붕은 이 마을이 견뎌 낸 오랜 시간을 한 눈에 보여준다. 행정구역상 부평 2동에 속하는 이곳은 사람들에게 '삼릉'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올해 약 10개월간 부평 삼릉 마을의 학술조사를 거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관람객은 1930년대 말까지도 한적한 마을이었던 부평역 인근 지역이 어떠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마을이 됐는지 그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 일본 제국주의의 강압적인 식민지 경영으로 인한 시련의 역사와 이를 간직한 흔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 광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1940년대 초반, 당시 일본 굴지의 중공업 회사인 미쓰비시 공장의 노동자들이 집단 거주했던 사택이 들어선 마을이라고 해 미쓰비시의 한자 발음인 '삼릉'을 별칭으로 쓰다 보니 그대로 굳혀졌다. 전시 총동원체제하에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고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기계를 만드는 군수공장에 강제적으로 동원된 조선인들이 모인 곳이 바로 삼릉 마을이다. 해방 이후 미쓰비시 부평 공장 징용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아픔을 지닌 '삼릉' 명칭은 사택 건물과 함께 지금까지 전해진다.
 
 ▲인천 유일의 국보가 잠들어 있는 곳, 가천박물관
 가천박물관은 인천 유일의 국보 '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初雕本瑜伽師地論 卷第五十三)'을 소장하고 있다. 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 가운데 한 권으로, 국보 제276호다.

 초조대장경의 경판은 고려 현종 2년(1011)에 거란군이 침범하자 부처님의 가호로 이를 물리치기 위해 새기기 시작했다. 고려만의 판각인쇄술을 선보인 초조대장경은 조판된 이후, 대구 부인사에 소장됐다가 몽골군의 침입으로 경판이 모두 불타버리고 지금은 인쇄본 2700여 권만 국내와 일본에 전해진다. 유가사지론이란 유식불교(唯識佛敎)의 실천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문제를 다룬 글로서, 인도의 미륵이 짓고 당나라의 현장(602~664년)이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은 2011년에 문화재청이 초조대장경 판각 천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특별전에 출품됐다. 각필로 새겨진 석독구결이 발견돼 학계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석독구결은 경전 등을 우리말로 새겨 읽기 위해 원문에 그 독법을 나무, 뿔, 상아 등을 뾰족하게 다듬어서 종이에 눌린 자국을 내어 표시한 것이다. 이는 초조본유가사지론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돼 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가천박물관은 2만점이 넘는 창간호를 소장하고 있는 국내 최대 창간호 소장처다. 1996년 이희경 선생이 4236권의 창간호를 기증한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기증 당시 국내 최다 창간호 소장으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1907년에 창간된 '낙동친목회학보(洛東親睦會學報)'를 비롯해 1908년에 발행된 근대잡지의 효시 '소년(少年)', 1927년 한글학회에서 발행한 국문 연구 학술지 '한글' 등 한국 잡지 탄생기에 발행된 희귀 창간호를 다수 보관하고 있다.
 
 ▲1960~70년대 달동네 생활상을 느껴보자,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한국의 1960~70년대 달동네 서민의 생활상을 주제로 한 체험 중심의 근현대생활사 박물관이다. 수도국산은 동구 송현동과 송림동에 걸쳐 있는 산이다. '달동네'라는 말은 1980년에 방영된 드라마 제목으로 익숙해졌다. 높은 산비탈에 위치해 달이 가까이 보이는 동네라 달동네라 불렀다는 이야기와, 달세를 내는 방이 많아 달동네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근현대 유물의 수집·보존·연구·전시라는 박물관 본연의 기능과 함께 시민에게 다양한 교육·문화 경험의 시간을 선사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동인천 거리를 거닐며 1970년대 존재했던 미담다방, 우리사진관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생활사 유물을 거쳐 1970년대 달동네 마을로 본격 들어선다. 구멍가게, 이발소, 솜틀집 같은 작은 가게가 재현돼 있고 가파른 언덕으로 집집마다 설치될 수 없었던 수도나 변소가 공동으로 설치된 '공동생활구역'도 엿볼 수 있다. 부업을 하거나 작은 방에서 식사를 하는 등 달동네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옥들도 인상적이다.

 전시실 곳곳에 마련된 체험코너는 관람객의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20분에 한 번씩 낮에서 밤으로 변화하면서 시간체험이 가능한 수도국산 체험공간외에도 물지게 체험, 옛날 교복 입어보기 등은 또 다른 재미다. 또한 전시실의 마네킹 중에는 달동네에서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해 흥미를 더해준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