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2년 만에 훼손 우려의 논란에 휩싸였다. 산성 지하로 고속도로가 통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립공원위원회가 지난 20일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공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성남지역 시민환경단체로 꾸려진 '남한산성 관통 서울 세종고속도로 반대 성남시민대책위'는 공사 강행을 위한 단서 조항 제시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대책위는 고속도로 건설은 남한산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부결을 주장해 왔다. 올해 착공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남한산성 구간 8.3㎞를 왕복 6차선 규모의 터널로 통과해 남한산성과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대책위는 법제처의 잘못된 유권해석과 환경영향평가 등 부실한 기초자료, 문화유산 유지 관리에 대한 검토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노선 반대 이유로 꼽았다.

201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은 국가지정 2개, 도지정 11개 등 200여개 역사유적이 분포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방 문화유산이다. 그러기에 세계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도립공원위원회가 지하수 고갈 대책 수립, 문화재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전문가 자문,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지를 위한 대책 수립 등 15가지를 조건부로 승인했는데, 이같은 조건이 세계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킬지 의문인지도 기우는 아니다. 과거 조건부 승인 사업들이 나중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책위는 환경 및 생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 청구 등을 검토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모양이다.

경기도는 많은 예산을 들여 남한산성을 세계유산에 등재시켰으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11월1일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를 출범시킨다.

국내 대부분의 세계문화유산의 경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것과 비교하면 남다른 관심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립공원위원회가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고속도로 공사를 조건부 승인한 것은 과연 현명한 판단이었을까?